8단원 공급과 수요: 다수의 구매자와 판매자가 있는 시장
8.11 응용 사례: 가격에 대한 정보가 중요한 이유
인도의 케랄라(Kerala) 지역 주민들에게 어업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주민들은 하루에 최소한 한 번 이상 생선을 먹으며, 백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어업 및 어업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1997년 이전에는 한편으로는 이들로부터 어획한 생선을 사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생선 중간 상인들의 협상력이 커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효율성때문에, 생선가격이 높으면서도 정작 어업이윤은 제한적이었다.
그날 잡은 정어리를 상인에게 팔기 위해 항구로 돌아오면 상인들이 그날 필요한 생선을 이미 구매하고 가버린 경우도 많았다. 그날 잡은 생선을 그날 팔지 못하면 도로 바다에 버려야 했기 때문에 어부들은 상인들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 아주 운좋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바로 그 때 항구로 돌아온 소수의 어부만 엄청나게 높은 가격으로 보상받을 수 있었다.
그림 8.22는 1997년 1월 14일 케랄라 해변의 항구로 돌아온 배들을 상대로 운좋은 어부와 그렇지 못한 어부의 처지를 보여준다. 그날 바다가라(Badagara) 마을 시장에 도착한 11척의 배에 가득채운 생선들은 바다에 버려졌다. 초과공급 때문이었다. 그런데 바다가라로부터 15km 거리에 있는 시장에서는 초과수요가 발생해 엄청나게 높은 가격에 생선이 거래되었다. 촘발라(Chombala) 시장에서는 15명의 구매자들이 얼마를 지불하든 생선을 구입할 수 없어 빈손으로 시장을 떠나야했다. 이날 15개 시장 중 7개 시장만 청산되었다(그림의 수직축에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때 시장청산가격은 킬로그램당 4루피에서 7루피까지 다양했다.
그림 8.22 협상력 그리고 케랄라 수산물 도매시장에서의 가격 (1997년 1월 14일). (주: 시장이 청산된 시장 7개 중 2개의 시장이 같은 가격인 킬로그램 당 6.2루피에서 시장이 청산되었다.)
Robert Jensen. 2007. ‘The Digital Provide: Information (Technology), Market Performance, and Welfare in the South Indian Fisheries Sector’.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22 (3) (August): pp. 879–924.
어부들도 상인들도 일물일가의 법칙에 지배되지 않았다. 개별 시장들이 소규모였기 때문에 경쟁균형 조건이 충족되기는 어려웠다. 더 나아가 판매자들에게는 시장가격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어부들이 핸드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상황은 변했다. 귀항길에 바다에서 해변 어시장에 전화를 걸어 그날 가격이 가장 높은 어시장을 선택해서 배를 댈 수 있게 되었다. 가격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돌아오면 어부들은 경제적 지대(즉 초과수요가 없거나 심지어 초과공급이 있는 시장으로 돌아갔더라면 받게 될 수입을 초과하는 수입)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실시간으로 시장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서 생산방식(생산량 조절)과 분배(어느 시장으로 갈 것인지)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케랄라 북부 해안선 225km를 따라 위치해 있는 15개의 해변 어시장을 조사한 한 결과에 따르면 어부들이 핸드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해변 어시장들 사이에서의 같은 날 가격의 차이가 이전의 ¼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초과공급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생선은 없었다. 낭비가 사라지고 상인들의 협상력이 약화되면서 소매가는 4%하락했고 동시에 어부들의 이윤은 8% 상승했다.
경쟁균형 조건 중 하나가 판매자와 구매자가 그들이 거래하는 재화의 가격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핸드폰은 어부들에게 가격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주었고 이들을 매우 효과적인 지대추구자로 만들었다. 이들의 지대추구행위는 케랄라 어시장의 작동방식을 변화시켰다. 이제 시장은 일물일가 법칙이 적용되는 곳으로 변했고, 거래는 어부들과 소비자들(중개상인들이 아니라)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성사되기 시작했다.
확인문제 8.12 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그림 8.22는 1997년 1월 14일 케랄라(Kerala) 해안 시장에서 협상력이 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이 정보를 토대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가?
- 초과공급의 크기에 성관없이 초과공급이 있으면 생선가격은 0이다.
- 초과수요가 있는 시장에서의 평균가격이 9.3이다. 초과수요가 커지면 가격도 높아진다.
- 생선은 시장에 따라 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일물일가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 초과공급이 있을 때 가격은 0이다. 이 때 구매자가 모든 협상력을 갖게 되며, 판매자는 협상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