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hfire at Devils Peak, Cape Town, South Africa: Photo 9087876 © Ludwig Kriegl | Dreamstime.com
2009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 인근에서 일어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고 있다.

1단원 번영, 불평등, 그리고 전 지구적 한계들

자본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삶의 방식을 근원적으로 바꿨는가, 그리고 경제학은 이러한 변화를 그리고 다른 경제체제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1.1 14세기 이븐 바투타의 평평한 세상을 향한 여행

14세기에 모로코 출신의 학자, 이븐 바투타(Ibn Battuta)는 인도의 여러 지역을 방문했다. 그는 벵골(Bengal) 지역을 가리켜 “쌀이 엄청나게 풍부하고 광활한 나라로, 참으로 이렇게도 물자가 넉넉한 지역은 지구상에서 본 적이 없다.”라고 묘사했다.

이븐 바투타(Ibn Battuta)

이븐 바투타(Ibn Battuta, 1304–1368)는 아프리카 북부와 서부,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중국에 걸쳐 총 117,000 km를 여행했는데, 이 거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시대의 여행가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여행한 전체 거리의 5배에 달했다.

그는 인도를 방문하기 전에 이미 중국, 아프리카 서부, 중동지역, 유럽 등 세상의 여러 곳을 둘러 봤다. 이로부터 3세기 후인 17세기에 프랑스의 다이아몬드 상인 쟝 밥티스트 태버니어(Jean Baptiste Tavernier)도 벵골 지역에 대해 비슷한 묘사를 했다.

가장 작은 마을에서도 쌀, 밀가루, 버터, 우유, 콩 및 각종 채소, 그리고 설탕이나 달콤한 먹거리가 말린 상태나 과즙 상태로 풍부하게 조달되고 있었다.1

이븐 바투타가 벵골을 여행했던 당시, 유럽은 전염병 페스트에 휩쓸려 많은 도시에서 1/4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의 목숨을 잃고 있었다. 인도는 세상의 다른 곳보다 더 잘사는 지역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더 못사는 지역도 아니었다.

당시 세계 여러 지역의 생활수준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탈리아에 사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영국이나 인도 혹은 일본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국가 내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는 서로 다른 국가 간의 격차보다 훨씬 더 뚜렷했다. 각 지역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여된 신분도 다 제각각이었다. 어떤 곳에서는 봉건영주와 농노로 구분되었고, 다른 곳에서는 왕과 백성, 노예와 노예주 혹은 상인과 그들의 물자를 배로 운송하던 선원들로 구분되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개인의 삶의 전망은 부모의 경제적 지위와 그 개인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달려 있었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14세기의 이 차이는 개인이 세계의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말하면 이븐 바투타가 살던 시기의 세상은 평평했다.

이제 시계를 빨리 돌려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자. 여러 가지면에서 인도에 사는 사람들은 7세기 이전보다 더 잘 산다. 예컨대 현재 인도에 사는 사람들은 그때보다 더 나은 식단과 위생 및 전염병 관리 체계를 갖고 있으며 그만큼 평균수명도 더 길어졌다. 하지만 오늘날의 전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인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하다.

이븐 바투타가 살던 시기에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상황을 소수의 여행가들이 받은 인상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을 뿐이다. 다음 절에서 보게 될 그림 1.1의 자료나 이 단원에서 제시된 그림들에 나타나는 자료들은 수많은 통계학자와 역사학자, 컴퓨터공학자 및 경제학자들의 연구로부터 얻은 것이다. 경제학은 사실에 근거한 학문 분야로, 데이터를 활용하여 현대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모든 이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래 영상에서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와 제임스 헤크먼(James Heckman)은 불평등에 대한 연구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정책 연구에 데이터 수집이 핵심적인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1. Jean Baptiste Tavernier. 1676. <인도 여행기>(Travels in In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