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기 : 희소성, 웰빙, 그리고 노동시간
3.6 노동시간과 기술진보
2단원에서 설명한 것처럼, 신기술은 노동생산성을 높인다. 노동자가 고용주와 이익을 공유할 충분한 교섭력을 가지고 있다면, 임금은 오를 것이다. 그림 2.8은 지속적인 기술혁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이래로 수세기 동안 노동생산성과 그에 따른 임금이 어떻게 상승해 왔는지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임금 상승이 노동시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그리고 자유시간과 벌어들인 소득을 통해 전반적인 생활수준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갖췄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1930년 “우리 후손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그는 앞으로 이어질 100년 동안 기술진보는 평균적으로 약 8배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1 그가 “경제적 문제, 생계를 위한 투쟁”이라고 부른 문제들은 해결될 것이고, 더이상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주당 15시간 이상의 노동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정작 그가 중요하게 제기했던 질문은 늘어나는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였다.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국가의 기술발전 속도에 대한 케인즈의 예측은 거의 정확했으며, 그림 3.1을 보면 노동시간은 실제로 계속 감소해왔다. 하지만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덜 감소했다. 2030년이 되어도 그 어떤 국가에서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15시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노동자들이 임금 상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제약하의 선택 모형을 적용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로 임금 상승이 어떻게 카림의 노동시간 선택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 보자. 그가 마드리드로 이사했을 때, 시간당 €30을 벌 것으로 예상하고, 그 임금하에서 하루 7시간을 일하고 싶어했던 것을 기억하자. 그는 하루 €210의 수입을 벌어 소비 지출에 충당하고 17시간의 자유시간을 다른 활동을 위해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마드리드에 도착했을 때, 그와 비슷한 자격조건을 갖춘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시간당 €45의 임금을 주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이 그의 결정을 어떻게 바꿀까?
시간당 임금이 €30에서 €45로 인상되면 카림의 실행가능집합은 확장된다. 이러한 변화가 그의 노동시간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해 그림 3.9의 단계들을 따라가보자.
임금이 높아지면 카림은 새로운 예산제약이 무차별곡선 IC4와 접하게 되는 F점을 선택할 것이고, F는 E보다 더 큰 효용을 줄 것이다. 실행가능집합이 확장되었기 때문에 그는 더 나은 생활수준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가능한 가장 높은 효용을 얻기 위해 그는 새로운 예산제약 위의 \(\text{MRS} = w\)인 점을 선택하게 도는데 이 점에서 두 가지 상충관계가 균형을 이룬다. 그 점에서 자유시간과 소비 사이의 한계대체율은 그 둘 사이의 한계변환율과 같다. 이 때 한계변환율은 임금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이전보다 수치가 더 높아졌다.
그림 3.9의 예에서는 임금 상승이 카림으로 하여금 두 재화를 모두 더 많이 가지는 선택을 하도록 이끌었다. 즉 이 예에서는 소비뿐 아니라 자유시간도 늘어났다. 그런데 이는 나타날 수 있는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무차별곡선의 모양을 다르게 그렸다면 접하는 점도 달라질 것이다. 높은 임금은 당연히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능하게 하지만, 카림이 둘 모두를 더 많이 갖는 방향으로 선택을 할 지 여부는 두 재화에 대한 그의 선호에 달렸다.
여러 결과가 가능한 이유는 임금 상승이 카림에게 두 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소득효과
- 소득의 증가가 구매 가능한 집합을 확장시킴으로 인해 상품(구매하고자 하는 수량)에 대한 수요에 미치는 영향. 상품의 가격이 변하는 경우도 실행가능집합을 확장시키거나 축소시키기때문에 소득효과를 가진다. 가격변화는 또한 대체효과를 갖는다. 이와 관련하여 대체효과를 참조하라.
- 대체효과
- 대체효과는 재화의 가격이 변할때 생기는 것으로, 그 재화의 상대가격이 변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의 변화를 말한다. 가격의 변화는 실행가능집합을 확장시키거나 축소시키기 때문에 소득효과도 갖는다. 이와 관련하여 소득효과를 참조하라.
첫째, 임금 상승은 예산제약을 바깥쪽으로 이동시켜 그의 실행가능집합을 확장시킨다. 즉 그의 처지가 개선된다. 그는 이제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소비와 자유시간의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소득효과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자유시간을 포함하여 더 많은 재화를 가질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렇게 하길 원할 것이다.
즉, 임금 상승으로부터의 소득효과는 카림이 자유시간을 더 갖기 원하도록 만든다.
둘째, 임금 상승은 자유시간의 기회비용을 증가시켜 카림이 더 많이 일할 동기를 부여한다. 이제 자유시간을 1시간 늘릴수록 이로 인해 상실되는 소비의 양이 늘어난다. 자유시간 1시간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는 셈이다. 이는 자유시간보다는 소비 쪽으로 균형이 기울게 만들어 일을 더 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대체효과라고 한다. 만약 한 재화(이 경우는 자유시간)가 다른 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면, 비싸진 재화를 덜 갖는 대신 자원을 다른 재화를 더 얻는 데 사용하게 된다. 한 재화의 일정량을 다른 재화로 대체하고 싶어진다는 말이다.
즉, 임금 상승의 대체효과에 따르면 카림이 자유시간을 덜 갖기 원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임금 상승의 이 두 가지 효과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림 3.9에서는 소득효과가 더 크다. 주어진 어떤 자유시간에서도 카림은 이전보다 더 많은 소비를 얻을 수 있다. 그는 더 많은 자유시간을 누리기 위해 추가로 늘어난 수입의 이점을 이용한다. 이와 달리 일을 더 많이 할 유인이 더 클 수도 있다. 그 경우 노동자들은 임금 상승에 대해 더 오랜 시간 일하는 것으로 반응한다.
케인즈는 한 세기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고민하면서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의 예측은 맞았다. 그는 높은 임금으로 후손들이 그들의 물질적 필요를 쉽게 충족시키고 편안한 삶을 누릴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득을 더 늘리는 데 상대적으로 가치를 덜 부여할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이다. 우리 모형을 사용하여 케인즈의 주장을 해석하면, 그는 소득효과가 일하는 동기를 증가시키는 대체효과를 압도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주 15시간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는 과정에서, 그는 미래 노동자들의 노동과 소비에 대한 선호의 강도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 이 단원의 후반부에서 선호가 변화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유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확인문제 3.8 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그림 3.9에서 만약 임금이 시간당 €60로 더 인상된다면 효용을 극대화하는 카림의 소비와 노동시간 선택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자. 이 정보를 토대로 다음 진술을 읽고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 자유시간의 기회비용은 임금과 동일하다. 따라서 자유시간의 기회비용은 시간당 €60으로 오른다. 그러나 그는 자유시간을 더 많이 갖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 그는 자유시간과 소비 모두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자유시간과 소비를 모두 줄이면 효용이 F에서 얻은 것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 새로운 효용극대화 선택점에서 노동시간은 E나 F때와 같을 수 있고, 높거나 낮을 수도 있다. 그것은 그의 무차별곡선의 모양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 임금이 오른 뒤에도 F는 여전히 실행가능하기 때문에 생활수준이 더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카림은 더 높은 효용, 말하자면 더 높은 생활수준을 제공하는 점을 선택할 것이다.
연습문제 3.6 왜 사람들은 여전히 장시간 일할까?
파이낸셜타임스지의 <언더커버 경제학자> 컬럼에 실린 팀 하포드(Tim Harford)의 기사는 사람들이 왜 케인즈가 예측한 만큼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다루고 있다.2
- 이 현상에 대해 그가 제시한 주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제시한 이유들이 특정한 일부 그룹의 노동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까?
- 만약 팀 하포드가 옳다면, 풍요로움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와 자유시간 사이의 한계대체율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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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Maynard Keynes. 1963. ‘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 In Essays in Persuasion, New York, NY: W. W. Norton & 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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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Harford. 2015. ‘The rewards for working hard are too big for Keynes’s vision’. The Undercover Economist. First published by The Financial Times. Updated 3 August 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