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기 : 희소성, 웰빙, 그리고 노동시간

3.10 응용: 노동시간, 자유시간, 그리고 불평등

앞 절에서 임금 상승의 효과를 이해하는 것이 지난 세기에 걸쳐 일어난 노동시간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았다.

사람들은 자유시간의 기회비용의 변화 외에 다른 이유로도 지금보다 더 적게 혹은 오래 일하고 싶어 질 수 있다. 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에 두는 가치에 비해 자유시간을 얼마나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는 변할 수 있다. 이러한 상대적 가치 평가는 중요하다. 왜냐면 그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노동시간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부유함” 혹은 “충분하지 못함”에 관한 우리의 생각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자유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소비를 덜 중요시 한다면, 지금보다 재화를 적게 생산해도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더 큰 관심도 이러한 선호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3.15는 우리가 데이터를 갖고 있는 모든 국가에서 20세기 말에 이르면 20세기 초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적게 일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변화의 추이에는 나라별로 중요한 차이가 있다.

두 개의 그림이 있다. 왼쪽 그림에서 가로축은 1900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도를 나타낸다. 세로축은 연간 노동시간을 나타내며 1,000시간에서 3,500시간의 범위를 가지고 있다. 여섯 국가의 시계열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여섯 국가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스위스이다. 1900년 노동시간은 프랑스 3,200시간, 독일 3,150시간, 네덜란드 3,100시간, 스위스 2,700시간, 스웨덴과 영국은 각각 2,300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국가에서 노동시간이 감소하였다. 2019년에는 노동시간이 스웨덴 1,600시간, 네덜란드 1,400시간, 프랑스 1,500시간, 스위스 1,550시간, 영국 1,700시간, 독일 1,350시간으로 나타난다. 오른쪽 그림에서 가로축은 1900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도를 나타낸다. 세로축은 연간 노동시간을 나타내며 1,000시간에서 3,500시간의 범위를 가지고 있다. 다섯 국가의 시계열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다섯 국가는 호주, 캐나다, 일본, 영국, 미국이다. 1900년에 노동시간은 캐나다 3,100시간, 미국 3,000시간, 영국 2,600시간, 호주 2,400시간이었다. 일본의 데이터는 1913년부터만 제공되며, 이때 노동시간은 2,600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국가에서 노동시간이 감소하였다. 2019년에는 노동시간이 일본, 호주, 미국에서 1,700시간, 캐나다에서 1,650시간, 영국에서 1,600시간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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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ore-econ.org/microeconomics/ko/03-scarcity-wellbeing-10-hours-free-time-inequality.html#그림-3-15-다시-그린-것

그림 3.15(다시 그린 것) 노동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비농업 노동자, 1870~2017)

  • 네덜란드에서는 노동시간이 주당 62시간(1년을 52주로 나눴을 때)에서 주 27시간 미만으로 감소했다.
  • 스웨덴에서도 노동시간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1980년부터 2000년까지는 노동시간이 소폭 증가했다.
  • 미국에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노동시간의 감소가 훨씬 적었는데, 네덜란드에서 58% 감소한 것에 비해 미국에서는 33% 감소했다.
  • 미국도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20세기 말에 노동시간이 소폭 증가했다.

20세기 말이 되면서 미국과 스웨덴에서 노동시간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스웨덴과 미국 국민들이 이 시기 동안 소비에 가치를 더 두게 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선호가 바뀌어 MRS가 하락했을 수 있다(말하자면 당시 그들은 오늘날의 한국 노동자와 비슷하게 변했을 수도 있다).

혹은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 스웨덴에서 최상위 부유층이 얻는 소득 점유율이 상당히 증가했고 부유층의 사치스러운 소비 습관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더 높은 삶의 기준을 설정하는 쪽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스웨덴과 미국 국민들은 “이웃에 뒤처지지 않기”(keeping up with Jones)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이웃이 더 부유해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선호까지 바뀌게 만들었고, 그 결과 임금으로 살 수 있는 재화에 더 높은 가치를 두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핵심 아이디어는 소비가 단지 생물학적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먹는 것은 단순히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고, 옷을 입는 것도 단지 보온을 위해서가 아니다. 사는 집은 단순히 비바람을 막아주는 벽 이상이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 즉 우리가 입는 것, 운전하는 것, 먹는 것 등의 질, 양, 그리고 비용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되는지를 타인과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신호를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 불렀는데, 이로부터 과시적 소비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베블런효과라 한다.

과시적 소비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
베블런효과
호화로운 주택, 의복, 자동차와 같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소비가 야기하는 타인에 대한 부정적 효과. 이와 관련하여 과시적 소비를 참조하라.

방금 제시한 설명은 스웨덴과 미국에서 노동시간이 증가한 이유를 분석하는 한 예이다. 일을 더 많이 하면 비싼 재화를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자신의 지위를 보여주려는 이러한 소비 신호가 갖는 가치는 최상위 부유층이 정한 사치품 소비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은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의 소비 습관을 모방하려고 하는지 설명하면서 과시적 소비라는 용어를 고안해 냈다 .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과 인구 이동의 증가로 한 개인은 수많은 타인들의 시선에 노출되는데, 타인들은 그 사람이 소비하는 재화 말고는 그 사람의 평판을 알아낼 어떤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 … 최근에는 여가에 비해 과시적 소비의 효용이 높아지는 추세다.”

베블런효과: 불평등의 심화가 어떻게 소비의 가치를 높이고 자유시간의 가치를 줄이는가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 개념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노동시간이 왜 변하는지, 그리고 국가마다 노동시간이 왜 다른 지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까? 부자들이 더 많이 소비할수록, 사람들은 부자들의 수준을 (가능한 한) 따라하기 위해 더 오랫동안 일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보자. 이것이 베블런효과이다. 베블런효과에 따르면, 부자들이 특히 더 부유하다면 그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 일할 것이고, 다른 국가들에 비해 부자들이 적당히 부유한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덜 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3.18은 20세기 동안 10개국에서 연 평균 노동시간(세로축)과 상위 1% 부자의 국민소득 점유율(가로축)을 나타낸다. 이 그림은 방금 전의 예측이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상위 부유층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가는 경우 평균 노동시간도 길다.

이 산포도에서 가로축은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을 나타내며, 2%에서 32%까지의 범위를 가지고 있다. 세로축은 연평균 노동시간을 나타내며, 1,000시간에서 3,500시간까지의 범위를 가지고 있다. 호주, 프랑스, 일본, 스웨덴, 영국,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의 데이터가 표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두 변수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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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ore-econ.org/microeconomics/ko/03-scarcity-wellbeing-10-hours-free-time-inequality.html#그림-3-18

그림 3.18 불평등과 노동시간, 1900~2000

S. Y. Oh, Y. Park, and S. Bowles. 2012. ‘Veblen effects, political representation, and the reduction in working time over the 20th century’.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and Organization.

그림은 또한 특정 국가에서 최상위 부유층의 상대적 소득이 낮아질수록 노동시간이 감소한다는 것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20세기 초에는 가장 불평등하고 “가장 오래 일하는” 국가였는데, 최근에는 가장 평등하고 가장 자유시간이 많은 국가가 되었다. 이 기간 동안 불평등이 가장 크게 감소한 국가에서 노동시간도 가장 크게 하락하였다. 그림에 보이는 네덜란드와 스웨덴이 그 예이다. 20세기 말엽 스웨덴과 미국에서 모두 노동시간이 증가하였는데, 이 시기 두 국가에서 불평등도 증가했다.

불평등과 과시적 소비 모형에서, 부자들이 소비하는 사치품은 단지 그들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사적 재화에 그치지 않는다. 사치품 소비는 사회의 다른 성원들의 효용을 낮추는 부정적 영향을 갖는다. 즉 부자들의 사치재 소비는 “공공악”(public bad)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하고 더 소비하는 식으로 반응하게 될 때, 이는 또 다른 부정적 영향을 만들어낸다. 그로 인해 제한된 환경 자원의 이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2001년 노르웨이 세무당국은 온라인에 소득세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누구나 이웃, 친구, 직장 동료의 소득 정보를 알게 되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경제학자 리카르도 페레스-트룰리아(Ricardo Perez-Truglia)는 노르웨이 국민들의 소득과 그들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주관적 웰빙” 측정치 사이의 통계적 관계를 연구하였다.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소득이 공개된 이후 주관적 웰빙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훨씬 더 커졌다. 부자는 더 행복해졌고 가난한 사람은 덜 행복해졌다.1

이제까지 노동시간 변화의 몇 가지 이유들을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놓쳤다. 20세기에 노동시간 감소를 초래한 요인들 중 우리가 누락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20세기 초에 투표권이 확대되어 대부분의 성인들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과로로 혹사당하던 노동자 대다수가 투표권을 획득했을 때, 거의 모든 국가에서 노동조합과 정당은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였다.

사람들의 선택에 미치는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영향이 결합되어 예상치 못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줄리엣 쇼어(Juliet Schor)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 중 다수가 기술로부터 이득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일하고 있다는 역설에 대한 글을 썼다. <행동하는 경제학자> 동영상에서 쇼어는 이러한 현상이 삶의 질과 환경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있다.

확인문제 3.12 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아래 그림은 베블런효과가 카림의 무차별곡선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그의 시간당 임금은 €30이다. 만약 그가 부자들의 소비 방식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그는 무차별곡선 IC1위에 있는 E점을 선택할 것이라고 하자. 그러나 그가 마드리드에 사는 부자들의 생활방식을 알게 되면서 그것을 따라하고 싶어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의 무차별곡선은  VIC1과 VIC2로 바뀌었다.

이 도표에서 가로축은 하루의 자유 시간을 나타내며, 8에서 24시간의 범위를 가진다. 세로축은 소비 지출을 유로화로 표시하며, 0에서 600유로까지 범위를 가진다. 좌표는 (자유시간, 소비지출)로 나타낸다. 직선은 (8, 480)과 (24, 0)을 연결한다. F점의 좌표는 (14.3, 290)이며, E 점의 좌표는 (17, 210)이다. 두 점 모두 직선 위에 있다. 두 개의 평행한 우하향하면서 볼록한 곡선이 있다. 하나는 F점에서 직선에 접하며, VIC1으로 표시되어 있다. 다른 곡선은 VIC2로 표시되어 있으며, 모든 곳에서 VIC1보다 아래에 있다. VIC2는 직선과 두 지점에서 교차하며, 하나는 E 점보다 많은 자유 시간을 갖는 점에 있고, 다른 하나는 E 지점보다 적은 자유 시간을 갖는 점에 있다. VIC1과 VIC2보다 기울기가 더 가파른 또 하나의 우하향하는 볼록 곡선이 표시되어 있으며, 이 곡선은 E 지점에서 직선과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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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진술을 읽고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 베블런효과는 카림이 자유시간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게 만든다.
  • 베블런효과는 카림이 기꺼이 자유시간을 소비로 대체하도록 만든다.
  • E점은 더 이상 카림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점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점에서 카림의 MRS는 €30보다 작기 때문이다.
  • F와 E점 모두 접점이기 때문에 카림은 두 점 사이에서 무차별하다.
  • 그 반대이다. 카림은 E에서 D로 이동하면서 소비를 늘리고 자유시간을 줄인다.
  • 베블런효과는 카림의 무차별곡선을 완만하게 만든다. 그는 소비 1단위를 늘리기 위해 이제 더 많은 자유시간을 포기할 것이다.
  • E점에서 카림의 MRS는 예산제약의 기울기에 해당하는 €30이다. VIC1은 예산제약보다 더 완만하기 때문에 MRS는 €30보다 작다. MRS<MRT이므로 E점은 더 이상 카림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있지 않다.
  • F와 E 사이에서 무차별하지 않다. 그의 무차별곡선은 바뀌었다. 원래의 무차별곡선에서 카림은 E점을 선호했으나, 새로운 무차별곡선에서는 F점을 선호한다.

연습문제 3.10 베블런효과

베블런효과를 바탕으로 다음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서술하라.

  1. 줄리엣 쇼어는 TV를 더 많이 시청하는 사람들이 저축을 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2. 리카르도 페레스-트룰리아는 노르웨이에서 모든 사람의 소득을 온라인에 공개한 것이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행복의 격차를 증가시켰음을 발견했다.
  1. Ricardo Perez-Truglia. 2020. ‘The Effects of Income Transparency on Well-Being: Evidence from a Natural Experiment’. American Economic Review 110 (4): pp. 10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