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원 전략적 상호작용과 사회적 딜레마
4.7 사회적 선호: 이타성
들어가기 전에
이 절의 모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차별곡선과 효용을 사용하여 선호와 선택을 모형화하는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이러한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면, 본격적인 학습에 앞서 3.2–3.5절(특히 3.3절)을 읽을 필요가 있다.
현실 세계의 사례와 실험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이기적인 행위자들에게 우세전략인 배신이 아닌 협력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에 대한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이타성이다.
- 선호
- 한 개인이 선택 혹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로부터 나오는 각각의 결과에 부여하는 상대적 가치에 대한 설명.
- 효용
- 결과에 부여하는 가치에 대한 수치적 지표. 두 결과가 모두 실현가능할 때, 더 높은 효용의 결과가 더 낮은 가치를 가진 결과보다 우선적으로 선택된다.
- 사회적 선호
- 한 개인의 효용이 자신의 보수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발생한 일에도 의존하는 경우에, 그 개인은 사회적 선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3단원에서는 무차별곡선과 효용 개념을 사용하여 경제적 의사 결정자의 선호를 모형화해 봤다. 만약 개인이 이기적이라면 그들의 효용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요인은 자신이 얻는 재화, 예를 들어 자신의 소비나 여가뿐이다. 지금까지 본 게임이론 모형에서도 이기심을 가정했으며, 각 행위자의 효용은 그들의 보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진다. 사람들의 효용이 자신이 얻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도 좌우될 때, 사람들이 사회적 선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타성이란 개인의 효용이 다른 사람이 얻는 이익에 의해 증가하는 사회적 선호의 일종이다. 또 다른 사회적 선호로는 불평등 혐오(더 평등한 결과를 선호하는 것), 악의 및 질투(타인이 얻는 이익이 개인의 효용을 감소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타적 선호를 모형화하기
연습문제 3.3에서는 런던에 거주하는 대학생 조이의 예산 결정을 모형으로 나타내면서, 조이가 자신이 소비하는 재화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이제 조이가 다른 의사결정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해 보자. 조이는 국가가 발행하는 복권을 몇 장 받았고, 그 중 하나가 £200의 상금에 당첨되었다. 조이는 이 돈을 전부 자신이 가질 것인가, 아니면 일부를 룸메이트 이본느와 나눌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해 보자. 이 결정은 조이가 이본느에게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즉 이 상황에서 조이가 이타적 선호를 가지는지 또는 이기적 선호를 가지는지에 달려 있다.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3단원에서처럼 단일 의사 결정자의 결정이며, 이 의사결정을 같은 방식으로 모형화할 수 있다. 조이의 문제는 £200의 “예산”을 두 가지 “재화”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이다. 하나의 재화는 즉 조이 자신이 가지는 몫이고, 다른 재화는 조이가 이타적인 경우에 이본느가 얻게 될 몫이다. 따라서 조이의 효용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재화에 대한 선호를 나타내기 위해 여기서 무차별곡선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림 4.10의 왼쪽 그림은 조이가 이타적일 경우 그녀의 선호를 보여준다. 조이 자신이 가지는 금액이 증가할수록 자신의 효용이 증가하지만, 이본느에게 나누어주는 금액이 증가해도 역시 효용이 증가한다. 무차별곡선은 우하향하는 기울기를 가지며, 이는 조이가 이본느에게 더 많은 돈을 나누어 주기 위해 자신의 돈 일부를 기꺼이 포기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4.10 조이의 무차별곡선의 형태는 그녀가 이타적인지 이기적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오른쪽 그림은 조이가 완전히 이기적일 때의 무차별곡선의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경우 조이 자신의 가지는 금액이 증가하면 효용이 증가하지만, 이본느에게 나누어주는 금액은 조이의 효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조이는 오직 가로축에 표시된 재화, 즉 자신이 가지는 돈에만 관심이 있다.
이타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조이가 이본느를 자신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왼쪽 그림에서 두 사람이 비슷한 금액을 받는 지점을 보면, 곡선의 기울기는 상당히 가파르게 그려져 있다. 가운데 곡선에서 조이와 이본느가 각각 £120을 받을 때, 조이는 이본느에게 £10을 더 나누어 주기 위해 £4만 포기할 의사가 있다. 조이가 더 이타적이었다면 곡선은 더 평평해질 것이다. 반면, 더 이기적이라면 곡선은 더 가파르게 나타났을 것이다. (오로지 이기적 선호만 가지는 경우 무차별곡선은 수직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라.)
그림 4.11은 조이의 의사 결정 문제를 푸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이와 이본느 사이에 상금을 분배하는 방법은 총액이 £200 이하라면 모두 실행가능하다. 조이는 실행가능집합 내에서 자신에게 가장 높은 효용을 주는 점을 선택할 것이며, 조이의 선택은 이타적 선호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조이가 이 상황에서 이타적이라면, 그녀는 A점을 선택하여 자신의 당첨금 중 £60을 이본느에게 나누어 준다. 즉, 조이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을 감수하고자 한다. 반면, 조이가 오로지 이기적이라면, 그녀는 S점을 선택하고 이본느에게 아무것도 나누어 주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타적으로 행동할지의 여부는 그들이 직면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조이는 학생으로써의 용돈을 어떻게 배분할 지 결정할 때는 이기적일 수 있지만,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는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연습문제 4.8 이타성과 이기심
그림 4.11과 동일한 가로축과 세로축을 사용하여 다음을 그려보자.
- 조이가 이본느의 소비를 자신의 소비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가정하여 조이의 무차별곡선을 그려라.
- 조이가 자신과 이본느의 소비 합계에서만 효용을 얻는다고 가정하여 조이의 무차별곡선을 그려라.
- 조이가 이본느의 소비에서만 효용을 얻는다고 가정하여 조이의 무차별곡선을 그려라.
- 각 경우에 대해, 조이가 이러한 선호를 가질 수 있게 되는 현실 세계의 상황을 제시해보자. 이떄 조이와 이본느가 얼마의 보수를 얻는지 상세히 설명하라.
확인문제 4.6 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그림 4.11에서 조이는 복권에 당첨되어 £200을 수령했다. 그녀는 이 금액을 룸에이트 이본느와 나눌 것인지 나눈다면 얼마를 나눌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조이가 상금을 나누기 전에, 이 상금에 대한 £40의 세금 청구서를 받았다. 조이의 선호는 이타적이며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하라(즉 복권에 당첨되기 전과 후의 선호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라).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진술을 읽고 그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 세금이 없었다면 조이는 정확히 £60을 이본느에게 나누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총 소득이 £160으로 감소하였으므로, 조이는 이본느에게 이전보다 적은 금액을 나누어 주기로 선택할 것이다.
- 선호가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했으므로, 조이는 여전히 이타적일 것이며 이본느에게 상금의 일부를 나누어 줄 것이다.
- 세금 청구서는 실행가능경계가 안쪽으로 이동하게 한다. 이로 인해 조이는 세금 청구서를 받기 전과 동일한 수준의 효용을 더 이상 달성할 수 없게 된다.
- 이본느는 조이가 세금 청구서를 받기 이전에는 £200을 받고, 세금 청구서를 받은 이후에는 £160을 받을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이타성이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농부들이 이타적이라면, 해충 방제 게임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그들의 전략은 달라질 것인가?
아닐의 선호를 조이의 선호와 동일한 방식으로 모형화하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아닐이 이기적이라면, 그의 우월전략이 T(살충제 사용)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무차별곡선을 이용하여 이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즉, 아닐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실행가능한 배분을 찾음으로써 우월전략을 나타낼 수 있다. 그림 4.12의 왼쪽 그림은 아닐이 이기적일 때의 무차별곡선과 이 게임에서 고려되는 네 가지 잠재적 배분, 즉 오른쪽에 제시된 보수행렬에 대응하는 금전적 보수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게임이기 때문에, 아닐은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아닐은 네 가지 배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것이 실행가능한지는 발라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제 룸메이트 이본느에 대해 조이가 이타적인 선호를 가졌던 것처럼 아닐이 발라에 대해 이와 비슷한 이타적 선호를 가졌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아닐의 효용은 자신의 금전적 보수뿐만 아니라 발라의 금전적 보수에도 의존한다. 그림 4.13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분석한다. 이제 그의 우월한 전략이 T가 아닌 I가 됨을 추론해 내는 단계를 진행해 보자.
그림 4.13은 이타성이 아닐의 행동을 협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무차별곡선을 가질 때, IPC가 아닐의 우월전략이 된다. 물론 이 결과는 아닐이 얼마나 이타적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아닐이 발라의 소득에 대해 신경을 조금 덜 쓴다면, 그의 무차별곡선은 더 가파른 기울기를 갖게 될 것이며, 그랬더라면 다른 선택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닐의 이타성은 게임의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발라가 이와 유사한 이타성을 가진다면, 발라도 IPC를 선택할 것이다. 상호 협력은 (I, I)라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며, (I, I)가 우월전략균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발라가 여전히 이기적이라면, 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T를 선택할 것이다. 이 경우 우월전략균형은 (I, T)가 되어, 발라는 4, 아닐은 1이라는 배분에 도달하게 된다. 발라는 높은 수익을 얻는 반면, 아닐은 발라의 선택으로 인한 금전적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게 된다. 각 경기자의 이타성 정도에 따라 다양한 균형이 존재할 수 있다.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할 때, 사회적 딜레마는 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도 협력균형이 가능하다. 이는 사람들이 무임승차 대신 상호협력했던 역사적 사례들(예를 들어 관개 시스템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나 오존층 보호를 위한 몬트리올 의정서)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둘러싼 의문: 사람들은 완전히 이기적인가?
수 세기 동안, 경제학자들(그리고 다른 학문 분과의 학자들)은 인간이 완전히 이기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때로는 자신에게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타인을 돕는 데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해 논쟁해 왔다.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인)는 경제학 교과서에 흔히 등장하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인간형에 부여된 별칭이다. 경제학자들이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경제 무대의 유일한 행위자로 상정한 것이 타당했을까?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저서의 다른 곳에서, 그는 또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그의 본성에는 분명히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그들의 행복을 자신에게 필수적인 것으로 만드는 어떤 원칙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얻는 것은 오직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기쁨뿐이다.” (<도덕 감정론>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1759)
그러나 이후의 많은 경제 분석에서는 타인에 대한 관심을 무시했다.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프랜시스 에지워스(Francis Edgeworth)는 1881년에 그의 저서 <수리정신학>(Mathematical Psychics)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경제학의 첫 번째 원칙은 모든 행위자가 오직 이기심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1
그러나 누구나 보상이 거의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타인을 위한 용감한 행동이나 친절한 행동을 경험해 본 적이 있으며, 더 나아가 일부는 그러한 행동을 행한 적이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은 행동에서 나타나는 이타성을 인간 행동에 대한 분석에 포함시켜야 할까?
일부는 “아니오”라고 답한다. 겉보기에는 관대한 행동들도 실제로는 미래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호의적인 평판을 얻기 위한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어쩌면 타인을 돕는 것도 단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이기심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에세이스트 H. L. 멩켄(H. L. Mencken)은 “양심은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 내면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다.2
1990년대 이후, 경제학자들은 전 세계에서 경제적 게임을 활용한 수백 가지의 실험을 수행하여 이 논쟁을 실증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해왔다. 이러한 실험들을 통해 실제로 선택을 내리는 다양한 개인들(수렵-채집 부족민들에서부터 CEO에 이르기까지)의 행동을 관찰한다.
이 실험들 대부분에서 이기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오직 소수에 불과했다. 이 단원의 이후 절에서는 이타성이나 불평등 혐오와 같은,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수일분의 임금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 걸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찰되었다.
이 논쟁은 해결되었는가? 이제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기심을 가정하는 모형은 쇼핑객이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결정을 설명하는 데는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왜 우리가 세금을 납부하는지, 왜 우리가 고용주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지와 같은, 조금 다른 상황들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확인문제 4.7 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다음은 <경제학자들이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서 제시된 이기적 행동에 관한 아이디어와 증거에 대한 서술이다.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 이기적이지 않은 동기(이타성 등)와 부합하는 행동이 실험에서 관찰되었으므로, 이기심이 유일한 동기가 될 수는 없다.
- 개인이 미래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호의적인 평판을 얻고자 한다는 것도 관대한 행동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일 수 있다.
- 사회과학자들은 상금이 수일분의 임금에 해당할 정도로 높을 때에도 이기적이지 않은 행동을 관찰해왔다.
- 이기심은 슈퍼마켓에서의 쇼핑이나 이윤 극대화와 같은 결정을 설명할 수 있지만, 세금 납부와 같은 다른 맥락에서는 유일한 동기가 아닐 수 있다.
확인문제 4.8 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그림 4.12와 4.13은 아닐이 완전히 이기적일 때와 어느 정도 이타적일 때의 선호를 보여준다. 이 그래프를 토대한 다음의 진술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 (T, I)는 (I, I)보다 더 “높은” 수직 무차별곡선상에 있으며(즉, 이 경우 더 오른쪽에 있으며), (T, T)는 (I, T)보다 더 높은 수직 무차별곡선상에 있다. 따라서 아닐이 전적으로 이기적일 때 독성 타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우월전략이다.
- 아닐이 이타적일 경우, (I, I)는 (T, I)보다 더 높은 무차별곡선상에 위치하며, (I, T)는 (T, T)보다 더 높은 무차별곡선상에 위치한다. 따라서 IPC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의 우월전략이 된다.
- 독성 타이드는 두 경기자 모두에게 우월전략이므로, (T, T)는 우월전략균형이다. 아닐은 (T, I)를 선호할테지만, 발라는 결코 IPC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 아닐이 이타적일 때 IPC는 그의 우월전략이다. 발라도 동일한 선호를 가지고 있다면, IPC는 그에게도 우월전략이므로, (I, I)는 우월전략균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