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원 전략적 상호작용과 사회적 딜레마
4.6 공공재게임과 협력
해충 방제 게임에서, 아닐과 발라는 자신의 결정이 다른 경기자에게 미치는 비용과 이익을 무시한 채 자신의 이기심을 추구한 결과, 둘 다 원하지 않았던 결과에 도달했다.
이들의 문제는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실제로 자신의 행동이 이웃에게 이익을 주거나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직면해 있는 실제 딜레마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의 많은 농부들은 공동 관개 시설에 의존하여 농사를 짓는데, 여기에는 지속적인 유지 관리와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다. 농부들은 관개 시설 관리에 얼마나 기여를 할지를 결정해야 하며, 이들의 기여는 전체 공동체에 이익을 준다. 그러나 기여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농부들의 기여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네 명의 농부가 관개 프로젝트에 기여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각 농부가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데 드는 기여금은 액수는 $10이다. 누군가 기여금을 $10 낼 때마다 네 농장 모두의 수확량이 각각 $8씩 증가한다고 하자. 말하자면 전략적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것인데, 한 농부의 결정이 다른 농부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 네 명의 농부 중 한 명인 킴이 직면하고 있는 결정을 생각해 보자. 킴의 이익은 프로젝트로 인해 증가한 수확량에서 그녀 자신의 기여금을 뺀 금액으로 계산될 수 있다. 그리고 킴의 수확량은 얼마나 많은 농부들이 기여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다른 두 명의 농부가 기여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림 4.8은 킴의 결정에 따라 킴의 이익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킴이 기여하지 않는다면, 두 명의 기여로 인해 각각 $8씩 이익을 얻지만 자신은 아무 비용도 쓰지 않게 된다. 이 경우 킴의 총이익은 $16이다. 만약 킴도 기부한다면, 추가로 $8의 이익을 얻지만(이때 다른 세 명의 농부들도 동일한 이익을 얻는다), $10의 기여금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익이 $14로 줄어든다.
다른 두 경기자가 기부함 | 킴은 기부하지 않음 | 킴이 기부함 |
---|---|---|
다른 두 경기자로부터 얻는 이익 | 16 | 16 |
자신의 기부로부터 얻는 이익을 더하면 | + 0 | + 8 |
자신의 기부에 대한 비용을 빼면 | – 0 | – 10 |
총합 | $16 | $14 |
그림 4.8 다른 두 명이 기부를 할 때, 킴도 기부를 한다면 킴의 보수는 줄어든다.
그림 4.9는 자신을 제외한 기여자 수가 0에서 3까지 변할 때, 각각 경우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킴의 보수를 계산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농부 몇명이 기여하든 상관없이, 킴이 기여하지 않을 때의 보수(빨간 막대)가 기여할 때(파란 막대)보다 더 높다.
그림 4.9 관개 게임에서 킴의 보수
관개 시스템과 같은 재화는 개인의 기부와 상관없이 그룹의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공적’이다. 10단원을 참조하면 공공재에 대한 다른 예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공공재게임
- 공공재게임이란 개별 경기자들이 자신에게는 비용이 들지만 모든 경기자들(자신을 포함하여)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관개 게임은 공공재게임의 한 예이다. 한 개인이 재화를 공급하기 위한 비용을 부담하면, 모두가 그 혜택을 받는다. 이로부터 사회적 딜레마가 초래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킴은 기여하지 않음으로써 기여했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공공재게임에서 경기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기여에 무임승차할 수 있다.
관개 게임은 두 명 이상의 경기자가 참여하는 죄수의 딜레마의 한 사례이다. 해충 방제 게임과 마찬가지로, 각 농부의 결정은 다른 농부들에게 외부 효과를 발생시킨다. 농부들이 오로지 자신의 금전적 보상만을 고려한다면, 아무도 기여하지 않고 모든 이의 보수가 0이 되는 우월전략균형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농부가 기여를 한다면, 모두가 각각 $22를 얻을 수 있다. 모두가 협력하면 모두가 이익을 보지만 협력은 균형이 아니다. 왜냐하면 농부들은 다른 농부들의 기부에 무임승차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문제 4.7 공공재 게임에서의 무임승차
직장에서의 그룹 프로젝트는 관개 게임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다. 가령 여러분과 두 명의 동료가 주어진 임무에 대해 노력을 기울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해 보자. 개인의 노력은 £90만큼의 산출을 낳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산출은 £0이다. 노력의 비용은 £40이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즉 £0이다). 총 결과물은 세 사람이 동등하게 나눈다.
- 그림 4.9와 비슷한 차트를 작성하여, 다른 동료들 중 임무에 대해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동료의 수가 0명, 1명, 2명일 때 여러분이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와 기울이지 않는 경우의 보수를 비교하라. 작성한 차트를 사용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우월전략임을 보여라.
- 이 상황에서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해 보자.
이 모형은 좋은 모형인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의사결정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농부와 어민들은 이 상황에 내재한 사회적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기여하거나 협력하는 결정을 해왔고 그 결과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처지가 더 나아지도록 해왔다. 이기적 선호를 전제하는 경우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예측과 실제 행동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학자 엘리너 오스트럼(Elinor Ostrom) 등의 연구자들이 인도, 네팔 등에서 공동 관개 프로젝트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실제로 협력하고 있으며 협력의 정도는 지역에 따라 달랐다. 일부 공동체에서는 신뢰의 역사가 협력을 촉진하는 경우도 있었던 반면, 다른 공동체에서는 불평등이 협력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인도 남부에서 토지와 카스트 지위에서 불평등이 심한 마을에서는 물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더 많았다. 상대적으로 불평등이 적었던 마을에서는 관개 시스템을 더 잘 유지했고 협력을 지속하는 것도 더 쉬웠다.1
오스트럼은 인근 어장, 방목지, 산림 등과 같은 공유자원(common property resources)을 그 지역 공동체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연구하였고, 자원에 대한 비공식적인 집단 소유가 필연적으로 “공유지의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에 도전했다. 오스트럼은 공유재산과 개방자원 간의 구별을 강조했다.
- 공유재산(Common property)은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들의 공동체가 잘 정의되어 있다. 법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실제로 외부인이 자원을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개방자원(Open-access resources)은 해양 어업이나 지구 대기처럼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혹은 국제 협정을 통해 부과하는 제약 외에는 별다른 제약없이 이용, 개발될 수 있다.
- 사회적 규범
-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오스트럼은 공유재산 관리 방식이 공동체마다 꽤 다양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일부 공동체는 자원의 사용과 유지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수행하기 위한 강제 규칙을 고안하고 사회적 규범을 이끌어 낼 수 있었지만 다른 공동체는 그렇지 못했다. 오스트럼은 개인들이 규칙이나 규범을 위반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가 언급한 바와 같이, 오스트럼은 “타인을 처벌하려는 경향을 포함하도록 인간 선호 모형을 확장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오스트럼은 신뢰와 호혜성을 직접적으로 중요시하는 사회적 선호를 가진 개인들로 구성된 간단한 게임 이론 모형을 개발하였다. 또한 사회적 딜레마에 직면한 사람들이 규칙을 어떻게 변경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상호 작용의 전략적 성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연구하였다.
현실 세계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 외에도, 경제학자들은 실험실 연구를 통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사람들이 왜 배신하지 않고 협력하게 되는지를 연구했다. 두 명이 참여하는 단회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약 20% 이상의 경기자들이 협력하는 선택을 하곤 한다. 이에 대해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경기자들이 상대방에 대해 이타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동일한 상대방과 반복적으로 게임을 할 경우 협력의 가능성이 약 50%까지 증가하는 현상도 관찰되었다. 상대방이 이타적일 수 있다고 믿는 경기자들은 스스로도 협력적이라는 평판을 쌓고 싶어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해야 상대방이 앞으로도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2 3
지금까지의 게임이론 모형들에서는, 사람들은 오로지 이기적이며, 게임은 단 한 번만 진행한다고 가정했다. 다음 두 절에서는 협력적 행동의 증거와 일치시킬 수 있도록, 이타성, 반복상호작용, 사회적 규범 등을 어떻게 모형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위대한 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럼

정치학자인 엘리너 오스트럼(Elinor Ostrom, 1933–2012)은 2009년 경제학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인물로, 이 상을 받은 첫 번째 여성이다. 오스트럼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전에 노벨상을 받은 실험 경제학자 버넌 스미스(Vernon Smit)와 같은 일부 경제학자들은 오스트럼의 독창성, 과학적 감각, 그리고 데이터가 보여주는 바를 주의 깊게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오스트럼의 학문적 경력 전체는 재산권의 중심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로널드 코스(Ronald Coase)는 한 사람의 행동이 타인의 복지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정부가 개입해서 규제해야하는가의 여부는 재산권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럼은 개인이나 공식 정부가 아닌 공동체가 재산권을 보유하는 중간 지점을 탐구했다.
오스트럼은 사례 연구, 통계적 방법, 비정통적인 요소들이 포함된 게임이론 모형, 그리고 실험실 실험을 독창적으로 결합하여 공유지의 비극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이해하려 했다. 오스트럼은 공유지의 비극을 피하는 데 성공한 이유를 규명하고 왜 어떤 조치들이 다른 것보다 더 잘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자신의 학문적 경력 대부분을 쏟았다.
경제학자들은 반복게임이론을 통해 다양한 결과를 설명했다. 이 이론은 이기적인 개인들도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협력적인 결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오스트럼이 보기에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이론에 따르면 협력적 결과뿐 아니라 급속한 자원 고갈 등을 포함하는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가능하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오스트럼은 공유 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이 사람들이 물질적 이기심으로 행동한다는 가설에서 명백히 벗어난 행동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럼은 일련의 선구적인 실험을 통해 그녀는 자원의 과잉 채취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이 드는 처벌이 널리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의사소통의 힘과 비공식적 합의가 협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4
확인문제 4.5 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엘리너 오스트럼의 생각에 대한 다음 서술을 읽고 그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 오스트럼은 공유지의 비극을 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 개방자원과 달리, 공유재산은 사용자 공동체가 잘 정의되어 있어서, 외부인들의 자원을 채취를 막을 수 있다.
- 오스트럼은 자원의 과잉 채취에 대한 대응으로 비용이 드는 처벌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과 비공식적 합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 오스트럼은 지속가능한 사용이 단순히 이기적인 행위로는 설명될 수 없는 행동들, 예를 들어 비용이 드는 처벌과 같은 행동에 의해 강제된다는 것을 보였다.
-
Elinor Ostrom. 2000. ‘Collective Action and the Evolution of Social Norm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14 (3): pp. 137–58. ↩
-
James Andreoni and John H. Miller. 1993. ‘Rational Cooperation in the Finitely Repeated Prisoner’s Dilemma: Experimental Evidence’. The Economic Journal 103 (418): pp. 570. ↩
-
Harris Cooper, Barbara Nye, Kelly Charlton, James Lindsay, and Scott Greathouse. 2016. ‘The Effects of Summer Vacation on Achievement Test Scores: A Narrative and Meta-Analytic Review’. Review of Educational Research 66 (3): pp. 227–268. ↩
-
Elinor Ostrom, James Walker, and Roy Gardner. 1992. ‘Covenants With and Without a Sword: Self-Governance is Possible’.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8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