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ific ocean and plastic waste: Shutterstock
플라스틱 폐기물이 태평양 해안으로 쓸려 오고 있다.

10단원 시장의 성공과 실패: 사적 의사결정의 사회적 효과

사람들이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완전히 고려한다면 그 결과는 효율적이다. 그러나 계약이 불완전하고,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중요한 효과를 포착하지 못한다면 자원이 잘못 배분될 수 있으며,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들어가기 전에

이 단원은 1단원에서 시작하여 9단원까지 오면서 사용된 많은 개념, 모형, 사례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딜레마, 외부효과, 4단원의 공공재 게임 등의 분석을 발전시키고, 4단원과 5단원의 파레토효율성 개념을 적용한다. 파레토기준과 파레토효율성을 사용하여 경제적 배분을 평가하는 내용이 자신없다면, 이 단원을 시작하기 전에 4.5절을 반드시 읽기 바란다.

7단원에서 다룬 한계비용의 개념, 거래 또는 교환으로부터의 잉여와 이득을 측정하는 방법 등에도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더 나아가기 전에, 생산과 비용에 관해 서술한 7.4절, 그리고 거래이득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7.7절을 읽도록 하자.

10.1 바나나, 물고기, 그리고 암

카리브 해의 과달루페(Guadeloupe)와 마르티니크(Martinique) 제도(모두 프랑스의 영토)의 바나나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바나나 바구미를 죽이기 위해 1972년부터 1973년까지 클로르데콘(chlordecone) 살충제를 사용했다. 완전히 합법적이었고, 플랜테이션 농장주에게는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화학 성분이 강물을 따라 쓸려가며 해안으로 향했고, 민물 새우 양식장, 게가 서식하는 맹그로브 늪지를 오염시켰다. 가시 랍스터가 풍부한 연안 어장도 영향을 받았다. 어촌 공동체의 삶이 파괴되고, 오염된 어류를 섭취한 사람들은 질병에 걸렸다.

사실 이 살충제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부터 알려졌다. 미국에서 이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신경 손상 증상을 보고했고, 1976년 금지 조치로 이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수 년 후, 과달루페의 오염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1990년까지 기다린 후에야 이 성분을 금지시켰고, 그 와중에도 바나나 플랜테이션 농장주로부터 압력을 받아 1993년까지 특별 면제를 허용했다.

20년 후, 오염 피해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느린 지원 속도에 항의하는 어민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이들은 포트 드 프랑스(Fort de France, 마르티니크의 가장 큰 도시)의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고, 항구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과달루페의 어부인 프란크 네트리(Franck Nétri)는 “나는 30년 동안 살충제를 먹어왔다. 하지만 내 손자들은 어떻게 될까?”라며 살충제의 효과를 우려했다.

그의 우려는 옳았다. 2012년 마르티니크 남성의 전립선암 환자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두 번째로 높은 국가의 거의 2배에 달했으며, 사망률은 전세계 평균의 4배를 훌쩍 넘었다. 인지발달지체를 포함한, 아동의 신경 손상도 보고되었다.

사회적 비용과 편익 그리고 사적 비용과 편익

외부효과, 외부성
외부효과는 어떤 주체의 행동이 다른 주체에게 이득을 주거나 비용을 부과하지만, 이 주체가 행동을 할 때, 다른 주체의 이득이나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 발생한다. 외부효과를 외부성이라고도 한다.
파레토효율적, 파레토효율성
어떤 배분에서 누구의 처지도 나빠지지 않으면서 최소한 한 사람 이상의 처지가 더 나아지는 실행가능한 대안적 배분이 존재하지 않을 때 그 배분을 파레토효율적이라고 말한다.

클로르데콘이 생계와 건강에 가져온 파괴적인 피해는 경제적 결정의 외부효과를 보여주는 예이다. 바나나 플랜테이션 농장주는 살충제 사용을 결정했을 때, 살충제 구입에 따른 비용과 바나나 생산성 및 수입 증가로부터 얻어질 편익, 즉 사적 비용과 편익을 고려했다. 그들은 이윤을 높일 수 있는 결정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즉 지역 주민들에게 부과되는 외부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다. 클로르데콘을 사용해 바나나 생산을 늘릴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사적인 비용과 외부 비용을 합친 것이다. 이 사회적 비용은 바나나의 추가적인 생산으로 인한 사회적 편익보다 훨씬 높았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 초래하는 모든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그로부터 나오는 자원배분은 파레토효율적이지 않다. 즉,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배분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답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왜 더 나은 배분이 달성되지 않는가? 모두를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제도나 정책은 없는가? 아니면 적어도, 사회가 현재 상태보다 선호할 제도가 있는가?

4단원에서는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몇몇 사회적 딜레마를 살펴보았다.

  • 이웃하고 있는 농부인 아닐과 발라는, 살충제의 부정적 효과 또는 유익한 곤충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둘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충 방제 방법을 결정한다.
  • 공유 관개 시설에 의존하고 있는 농부들의 경우 이들이 시설 유지에의 기여가 초래할 사적 비용과 편익만 고려한다면 시설의 유지 비용에 기여하기보다 무임승차를 할 유인이 있다.
  • 전세계 사람들은 자신들의 결정이 기후 피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초래하는 결정을 내린다.

위 모든 경우에 사람들의 결정에 따른 사적인 비용 또는 편익, 즉 의사 결정자 개개인이 경험하는 비용 또는 편익은 사회적 비용 또는 편익과 괴리된다.

시장과 시장실패

이 단원에서, 우리는 더 많은 사례를 논의하면서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볼 것이다. 소수의 의사 결정자가 참여한 경우라면,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협상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할 수 있다.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이 보여준 바와 같이, 공동체는 사회 규범을 확립함으로써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많이 고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시장 체제 내에서 문제의 근원을 탐색하고, 제도적 개혁이나 정부 개입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 고려할 것이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유명한 주장, 즉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가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것은 경제학의 완전 경쟁 시장 모형의 기초다(8단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시장시스템에서는 가격이 재화와 서비스의 실제 희소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경제의 생산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생산, 소비, 투자, 그리고 혁신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재화의 시장이 완전경쟁적이고, 구매자와 판매자 외의 누구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해당 재화의 배분은 8.5절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파레토효율적이다. 이 경우, 시장가격은 의사결정자들에게 재화 공급의 비용과 소비의 편익에 대한 옳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거래가 이들 외의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 가격은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화석 연료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공급자의 채굴 및 유통 비용을 반영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구 온난화의 비용은 반영하지 않는다.

시장실패
시장 상호 작용으로 인한 배분의 결과가 파레토효율적이지 않다면, 이런 상황을 시장실패라고 말한다. 이 용어는 특정 시장과 관련이 있는지와 여부와 관계없이, 파레토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하는 모든 상호 작용을 지칭하는 데 느슨하게 사용될 수 있다.

시장 체제가 파레토 비효율적 배분, 즉 자원의 오배분을 초래할 때, 우리는 이를 시장실패라고 말한다. 시장은 가격이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할 때 실패하며, 또한 어떤 경우에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한다. 깨끗한 공기나 혼잡하지 않은 도로와 같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일부 재화는 매매될 수 없다.

7단원에서는 가격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를 설명한 바 있다. 차별화된 제품의 생산자는 생산의 한계비용보다 높게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이때 재화의 배분은 파레토효율적이지 않다. 한계비용보다 더 높은 지불 의사를 갖고 있는 일부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을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농약 사례와 매우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생산자가 자신의 결정이 이러한 소비자들에 대해 초래하는 외부효과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스미스 자신도 시장이 항상 잘 작동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육과 법률 체계와 같은 영역에서는 사회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정부 정책이 필요했다. 그는 또한 어떤 것들은 시장에서 매매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체 장기 매매가 잘못되었다고 여기며, 투표권이나 생명을 구하는 의료 서비스의 매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진단과 처방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연구하는 데 있어 우리는 의사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문제를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고안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클로르데콘의 사례에서, 바나나 플랜테이션 농장주는 자신들이 어부의 생계와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무시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외부효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이를 통해 가능한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는 가격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약 사용의 가격이 너무 낮으면 어업에 부과되는 비용을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플랜테이션 농장은 살충제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바나나를 너무 많이 생산한다. 이들의 활동을 규제하거나 과세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을까?

이와 달리 재산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어부들이 깨끗한 물에서 물고기를 잡을 권리가 있다면, 플랜테이션 농장 소유주들은 대안이 되는 다른 살충제를 찾거나, 오염이 어부에게 일으킨 피해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클로르데콘 사용이 점직적으로 금지되기 전에, 플랜테이션 농장 소유주들이 어민 공동체와 다른 이들에게 끼친 피해에 대해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면 그 사용이 크게 줄었을 수 있다.

때로는 재화의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불완전한 계약과 비대칭적 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 6단원에서 본 노동규율모형은 외부효과의 또 다른 사례이다. 노동자는 고용주에 대한 노력의 외부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할지 결정한다. 이는 고용주가 노력을 관찰할 수 없어, 계약에 명시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며, 결과적으로 노동 시장의 균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실업 상태에 있게 된다.

우리는 이 단원에서 이러한 모든 접근 방식을 사례를 통해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외부효과의 해결은 경제적 분석뿐만 아니라 실용성과 권력에도 의존한다는 점을 배우게 될 것이다.

연습문제 10.1 시장실패를 파악하기

경제와 경영, 정치와 시사, 또는 과학과 기술 분야의 최신 뉴스의 제목을 활용하여,

  1. 시장실패를 보도한 두 개의 상황을 찾아 보자(지금까지 논의하지 않은 예를 찾아 보자).
  2. 각 상황에 대해, 왜 이것이 시장실패의 정의를 만족하는 지 설명해 보라(다시 말해, 왜 이때의 배분이나 상황이 파레토비효율적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