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단원 빌리는 사람, 빌려주는 사람 그리고 부의 격차

9.1 샴바 대부업자들의 역할

파키스탄 남동부의 시장 마을 샴바(Chamba)는 주변 마을에 사는 2,400여명 농부들을 위한 금융중심지 역할을 한다. 매년 4월 면화나 다른 환금작물들을 파종하는 카리프 파종기 초반에, 농부들은 비료와 생산에 필요한 다른 원료들을 산다. 농부들이 마지막 수확을 한지 이미 몇 달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농부들이 원료들을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음 수확기에 갚을 것을 약속하고 돈을 빌리는 것이다. 어떤 농부들은 약을 구하거나 의사를 만나기 위해 돈을 빌리기도 한다.

하지만, 하이데라바드(Hyderabad) 거리에 있는 JS은행의 반짝이는 유리와 철로 만들어진 문을 지나는 농부는 거의 없다. 대신 이들은 약 60여명이나 되는 대부업자들 중 한 명을 방문한다.

처음 돈을 빌리는 경우, 농부들은 대부업자들의 강도 높은 질문에 답해야 하고, 그 업자와 안면이 있는 다른 농부의 추천도 필요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신뢰도 테스트를 위한 소액의 대출을 받게 된다. 아마도 대부업자는 농부의 땅, 가축 및 농기구들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농부를 방문할 것이다.¹

대부자들이 신중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뭄이나 주의 부족으로 농부의 작물이 실패하는 경우, 대부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금융기관들과는 달리, 대부업자들은 일반적으로 농부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때 농부들의 재산이나 귀중품(예를 들어, 금 장신구) 등을 담보로 잡지 않는다.

처음 돈을 빌리려는 농부가 믿음직하거나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되면, 그 농부는 돈을 받을 수 있다. 샴바에서는 이런 경우 연 평균 78%의 이자를 내야 한다. 만약 농부가 수확까지 작물이 자라는 기간인 넉 달 만에 돈을 갚는다면, 파종 전에 빌린 100루피를 갚으면서 126루피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반 이상이 대출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돈을 빌린 이들은 운이 좋다고 여길 것이다.

샴바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12,000 km 떨어진 뉴욕에 살면서 다음 주급이 나올 때까지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실제로도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뉴욕의 급여담보대출(payday loans)은 연 350%에서 650%까지 높은 이자를 매기는데, 이는 뉴욕의 법정 최대 이자율(25%)보다 월등하게 높다. 2014년 이런 대출을 제공하던 “급여담보 신디케이트(payday syndicate)”는 불법으로 높은 이자율을 매겼다는 이유로 “범죄적 고리대(criminal usury)”로 기소되기도 했다.²

이렇게 이자율이 높으니까, 샴바지역의 대부업자나 뉴욕 급여담보 대출업자들은 엄청난 수익을 누리지 않을까? 샴바에서 모은 증거들에 따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농부들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일부는 JS은행 같은 제도권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하는데, JS은행이 부과하는 이자율은 연평균 32%이다. 이렇게 발생하는 이자는 대부업자들이 지불해야 비용들 중 일부이다. 그리고 돈을 빌릴 사람들을 걸러내는데 드는 비용, 돈을 회수하는 데 드는 비용도 대부업자의 이윤을 추가적으로 잠식한다.

샴바의 대부업자들이 조심스럽게 선택한 덕에 채무 불이행은 드물다. 30명 중 한명이 채 안되는 수준에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제도권 은행의 채무불이행 비율은 세 명 중 한 명꼴로 이보다 훨씬 높다. 대부업자들은 고객의 신뢰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율을 성공적으로 낮출 수 있다.

빌린 돈을 갚도록 강제할 수 있는 신기술이 있다. 이 뉴욕 타임즈 영상자료가 보여주는 것처럼 자동차 구입 비용을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하여금 은행이 원리금이 납입되지 않았을 때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를 설치할 수 있게 허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관행은 은행들을 인기없게 만들었다.

모두가 대부업자나 급여담보 대출업자들의 신뢰도 테스트를 통과하지는 못한다. 대출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고, 샴바와 뉴욕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6단원에서 살펴봤던 고용주, 노동자 및 실업자가 존재하기 오래 전부터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은 존재했다. 인류 최초의 기록물 중 일부는 빚에 대한 기록이었다. 샴바의 농부들과 뉴욕에서 급여담보 대출을 받는 사람들처럼 돈을 빌리는 사람들과, 샴바의 대부업자들과 뉴욕의 급여담보 대출업자들처럼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 간의 소득 및 부의 격차는 오늘날 경제적 불평등의 중요한 원천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