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재택근무하는 여성: staticnak1983
Woman working late from home.

6단원 기업과 노동자들

기업의 소유주, 경영자, 그리고 노동자들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임금, 노동, 그리고 이윤에 영향을 미치는가, 또한 이것이 어떻게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가.

들어가기 전에

이 단원의 임금-설정 모형을 이해하기 위해 3단원에서 설명한 무차별곡선 및 실행가능집합을 활용한 제약하의 선택 문제를 푸는 방법을 응용하게 될 것이다. 이 방법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 단원을 공부하기 전에 3.2–3.5절까지를 읽어 보자.

6.1 타이어 폭발의 미스터리가 밝혀지다

2000년 3월 테리 로렌스(Teri Lawrence)는 포트로더데일(Fort Lauderdale) 인근에서 1996년형 포드 익스플로러 SUV를 몰고 가고 있었다. 테리 로렌스가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폭발음이 들렸어요.” 차의 타이어 가운데 하나가 펑크가 났고 차량은 전복되었으며 이로 인해 로렌스는 심한 부상을 입게 되었다. 여름 무렵 유사한 형태의 익스플로러 차량 타이어 펑크와 전복 사고가 계속 보고되자 포드사는 기업 홍보에 재앙적 영향을 미칠 이 사건들을 다룰 “작전 회의”를 소집했다. 그들은 즉시 대부분의 익스플로러에 장착하고 있던 파이어스톤사(Firestone) 타이어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굿이어사(Goodyear) 타이어를 사용하는 익스플로러의 경우 특이한 펑크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 8월 파이어스톤은 포드사와 협력하여 650만개 타이어를 리콜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추계에 따르면 문제의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펑크로 인해 271명이 사망하는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4개월 기간 동안 주식시장에서 파이어스톤사 주식의 시장가치가 92억 달러 가량 하락하여 이 기업의 주가는 이 사건 이전 가치의 절반에도 못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치명적 펑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2003년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Alan Kruger)와 알렉상드르 마스(Alexander Mas)가 타이어 폭발 미스터리를 푸는 연구에 착수했다.1 고속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해당 타이어의 디자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사소한 실마리 하나가 범죄 동기는 아닐지라도 “범죄 현장”을 암시하고 있었다. 타이어는 접지면과 테두리 사이 부분에 10단위 코드가 찍혀 공급되는데 여기에 해당 타이어가 생산된 공장과 시점에 관한 정보가 담겨져 있다. 이를 확인해 보니, 결함이 있는 타이어는 대부분 6개의 파이어스톤사 공장 가운데 일리노이주 디케이터(Decatur)시에 위치한 한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당시 수 년 동안 파이어스톤 디케이터 공장은 또 다른 이유로 뉴스에 줄곧 등장하곤 했다. 1994년 회사는 기존의 8시간 교대제 대신 12시간 주야 교대근무제를 시행했다. 또한 신규 노동자의 임금을 30% 삭감했고, 고참 노동자의 휴가기간을 2주 가깝게 축소했다. 1994년 7월12일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전미고무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는 즉각 2,300명의 대체 인력을 고용했는데 이들에게는 이전 보다 30% 더 낮은 임금을 지급했다. 10개월 후 노조는 파업을 중단했다.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복귀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임금 삭감 및 연금 혜택 동결, 그리고 12시간 교대제를 수용했다. 회사를 향한 항의와 불만이 계속 터져 나왔다.

그 시기 타이어 제작은 노동집약적이고 숙련을 요하는 직종이었다. 많은 수의 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타이어 펑크 사고와 관련해 대체 인력들의 경험 및 훈련 부족을 탓했다. 디케이터 공장의 타이어 제작 고참노동자인 윌리엄 뉴턴(William Newton)은 “타이어 제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체 인력 노동자들이 작업에 투입되고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조사관들은 결함 타이어 생산 시기 동안의 상세기록을 검토한 후 충격적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작 파이어스톤사가 대체 노동자들을 고용했던 파업기간 동안에는 결함있는 타이어들이 전혀 생산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결함 타이어들은 임금 삭감, 12시간 교대제 및 회사측의 다른 요구들이 공표되었던 파업 이전과, 파업에 패배하면서 노조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복귀한 이후 노조 소속 숙련 노동자들에 의해 제작된 것이었다.

크루거와 마스는 이러한 증거들에 기반하여 타이어 결함은 노사분쟁에 기인하며 파이어스톤사의 반노조 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정교한 보복의 결과였다고 생각했다. 파이어스톤사의 소유주들은 12시간 교대제와 30% 임금 삭감을 강행할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해 노동자들이 분노할 때 더 이상 안전한 타이어를 생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기업에서의 노동의 조정

기업들은 경제 내 주요한 행위자이고 때때로 우리는 기업을 마치 한 명의 사람인 것처럼 말하곤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파이어스톤사가 정한 가격”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디케이터 파이어스톤사 이야기는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기업은 기업 소유주, 경영자, 그리고 노동자들이 때로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그러나 때로는 서로 상충하는 이익을 두고 행동하는 일종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단원에서 우리는 기업에 대해 공부하면서, 기업이 개인들의 작업을 어떻게 조정하고 관리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제도들 가운데 기업은 그 중요성에서 보면 정부에 필적한다. 존 미클스웨이트(John Micklethwait)와 에이드리언 울드리지(Adrian Wooldridge)는 자신들이 쓴 책 <회사>(The Company)에서 기업이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제도가 되었는지를 설명한다.2

경제는 서로 다른 많은 유형의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어떤 이는 트럭을 운전하고 또 어떤 이는 계산대에서 결제 업무를 한다. 또 어떤 이는 애플사의 디스플레이 모듈을 만들고 또 다른 이는 타이어 혹은 옷을 만들기도 한다. 디스플레이 모듈을 만드는 일에도 수많은 상이한 작업들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작업들은 애플사의 부품 공급자인 삼성이나 LG의 노동자들에 의해 수행된다. 정부나 비영리기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부유한 국가에 사는 대다수 사람들은 기업에 고용되어 노동함으로써 자기 생계를 꾸려 나간다.

분업(서로 다른 작업들 사이에서의 특화)은 기업 내부에서 생산성 이득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고, 각 기업들이 자신의 분야에 특화하면서 서로 교환에 참가할 때 경제 전체에 걸쳐서도 생산성 이득을 가져온다.

  • 재화들의 구성 부품들이 기업 내에서 상이한 부서의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생산되고 조립되어 셔츠나 애플 아이폰과 같은 완성품이 만들어 진다.
  • 혹은 서로 다른 기업들에 의해 생산된 구성 부품들이 기업들 간의 시장거래를 통해 한 곳에 결집되어 조립되기도 한다.
  • 시장에서 구매와 판매 과정을 통해 최종 완성된 아이폰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의 손으로 옮겨가고, 누군가는 어메리칸 어패럴에서 만든 셔츠를 몸에 걸치기도 한다.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왜 시장뿐 아니라 기업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가를 설명하기 위해 화성인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라는 상상의 사례를 활용하기도 했다.

위대한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

허버트 사이먼의 사진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1916–2001)은 허버트 화성에서 지구로 향해 가고 있는 외계인 방문자를 상상해 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특수 망원경이 있어 사회구조까지도 보여준다면 화성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땠을까? 사이먼은 화성인들이 기업들을 녹색 영역으로 표시하고, 그리고 그 내부의 사업부와 부서들은 희미한 윤곽으로 표시한다고 가정해 보자고 제안한다. 또 화성인들이 이들 녹색 영역들을 구매와 판매를 의미하는 붉은 선으로 연결하고 녹색 영역 안에는 사장과 노동자들 사이의 권위 관계를 푸른 선들로 나타낸다고 가정해 보자고 했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시장과 경쟁 가격의 결정 과정에 주목해 왔다. 그러나 사이먼은 화성 출신 방문자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다음과 같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직의 존재야말로 화성인들이 그린 지형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을 것이다. 화성인들은 고향 행성으로 자신들이 본 세상을 묘사하는 전문을 보내면서 “붉은 선들로 서로 연결된 커다란 녹색 영역들”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녹색 점들을 연결하는 붉은 선들의 네크워크”라고는 이야기했을 것 같지 않다. (<조직과 시장> (“Organizations and Markets”, 1991))3

정치학자였던 사이먼은 경제학 발전에도 중요한 공헌을 했다. 그는 사회를 이해하려는 바램을 갖고 제도와 인간의 마음 둘 다를 연구했다. 말하자면 경제학자들이 이제껏 당연시 여겨왔던 동기라는 이름의 “블랙박스”를 연 셈이다. 사이몬의 저작은 컴퓨터 사이언스, 심리학, 그리고 경제학에서 두루 인정을 받았고,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이란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단순한 행위자가 아니다. 기업은 필요와 욕구가 서로 상충할 수도 있는 개인들로 구성된다. 사이먼은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어떤 조건하에서 노동자는 사전에 정해진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기로 하는 계약 하에서 일하게 되는가? 그리고 또 어떤 조건하에서 기업과 노동자는 사장이 노동자들의 시간을 관리하도록 고용계약을 체결하게 되는가?

사이먼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일 원하는 작업들이 계약을 통해 구체적으로 적시되는 것이 용이하다면 계약을 통해 요구 작업을 구체화하고 그에 따라 수행된 작업의 결과물을 납품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고도의 불확실성하에서는(예컨대 고용주도 계약 시점에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이 수행되어야 할지를 미리 앞서 알지 못한다면)계약을 통해 노동자가 해야 할 바를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고용주-피고용인 관계가 중요해지는데, 이것이 기업의 특징을 규정짓는다.4

사이먼의 초기 연구는 그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게 될 두 주제를 암시한다. 그 하나가 너무나 복잡하여 계약서상으로는 그 내용이 기술될 수 없는 경제적 상호작용이고, 또 다른 하나가 불확실성이 의사결정의 속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것이다.

고용계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함으로써(화성인의 예에 나오는 기업 내 사장과 노동자를 연결하는 권위 관계 선을 이해함으로써) 기업이 갖는 특징 중 하나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좋은 조직을 만드는가? 이는 경제학자들뿐 아니라 심리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질문인데, 왜냐하면 개인적 보상을 조직성공과 연계시키는 유인책은 거의 효과가 없다는 점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이먼의 학문적 경력은 8단원에서 다루게 될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와 같은 다른 위대한 경제학자들과 대비를 이룬다. 두 사람 모두는 불확실성에 직면하여 어떻게 사회가 번성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하이에크의 경우 가격 메커니즘이 모든 것을 해결했다. 하이에크가 보기에 가격 메커니즘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도구로서 어떤 규모이든 시스템들을 원활히 작동시킨다.

그러나 사이먼이 보기에 가격 메커니즘은 불확실성과 급속한 변화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정부에 의해 보완되거나 혹은 대체될 필요가 있었다. 이들 대안적인 ‘권위적 메커니즘’은 인간 정신 가운데 아직까지도 부분적으로만 이해된 측면들, 예를 들어 충성심, 집단 정체성, 그리고 창의적 만족감 등에 기반한다,

사이먼이 세상을 떠난 2001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아이디어들 중 대부분이 주류 학문 체계에 편입되었다. 행동경제학은 경험적 데이터를 반영하여 경제이론을 구축하려는 그의 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이먼의 연구는 경제학이 독자적인 과학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의사결정 집합과 효용 개념에 기초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수학자가 되어야 할 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둘러싼 동기 부여에 관해 추론하는 사회심리학자가 되어야 했다.

확인문제 6.1 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아래 서술을 읽고 올바른 것을 모두 골라라. 허버트 사이먼의 주장에 따르면,

  • 시장은 기업들과 같은 조직들보다 경제를 특징짓는 데 있어 훨씬 더 지배적 요소이다.
  • 경제적 상호작용은 일반적으로 단순성과 확실성으로 정의된다.
  • 가격 메커니즘은 경영자와 노동자들과 같은 기업내 다양한 행위자들 사이의 잠재적 이해 충돌을 해결하는 데 충분할 것이다.
  • 노동자들이 해야 할 바를 정확히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고용주-피고용인 관계는 사전에 규정된 작업을 둘러싼 계약을 통해 잘 정의되기 어렵다.
  • 그는 오히려 정반대로 주장하였다. 조직이 시장보다 더 지배적인 특징이다.
  • 사이먼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으로 특징지어지는 관계를 연구하였다.
  • 그는 제도와 정부를 포함한 대안적 메커니즘이 시장 메커니즘을 보완(하거나 심지어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 노동자들에게 요구할 사항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존재하므로 기업들은 전형적으로 사전 규정된 특정한 작업들에 대한 계약이라기보다 고용주-피고용인 관계로 정의된다. 
  1. Alan B. Krueger and Alexandre Mas. 2004. ‘Strikes, Scabs, and Tread Separations: Labor Strife and the Production of Defective Bridgestone/Firestone Tire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12 (2): pp. 253–89. 

  2. John Micklethwait and Adrian Wooldridge. 2003. The Company: A Short History of a Revolutionary Idea. New York: Modern Library. 

  3. Herbert A. Simon. 1991. ‘Organizations and Market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5 (2): pp. 25–44. 

  4. Herbert A. Simon. 1951. ‘A Formal Theory of the Employment Relationship’. Econometrica 1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