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단원 기업과 노동자들
6.11 임금설정모델의 활용: 임금, 고용, 그리고 실업률
<데이터 속의 세계>(Our World in Data)의 차트를 사용하여 세계 및 국가별 실업률 추세를 확인해 볼 수 있다.
- 탐색실업
- 노동자들은 서로 다르고, 일자리 역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기업과 실업자들은 시간을 들여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고르려고 한다. 이렇게 탐색과 상대를 고르는 과정 때문에 야기되는 실업을 탐색실업이라고 한다.
- 비자발적 실업
- 일자리를 계속 찾고 있으며, 동일한 숙련도와 경험을 갖춘 사람들에게 현재 제공되는 임금 및 일자리를 본인도 수용할 의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없는 경우 이 개인은 비자발적 실업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경제가 호황의 시기여도 실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0여년간 세계 실업률은 5-6% 사이였으며, 일부 국가들의 경우 지속적으로 20%를 상회했다. 한 가지 이유는 기업과 노동자들이 적합한 매칭을 찾는 데 시간, 노력 그리고 기타 다른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매칭이 이루어지려면 교육 훈련 혹은 업무 재배치 등 추가적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잠재적 매칭 기회가 있더라도 어느 한 쪽에서 좀 더 나은 매칭을 찾기 위해 탐색을 계속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탐색 및 매칭 비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실업은 마찰실업 혹은 탐색실업(search unemployment)이라고 알려져 있다.
탐색실업은 노동자의 유보임금이 너무 높아 일자리가 나와도 그 기회를 거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때때로 “자발적” 실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용어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우리의 모형에 따르면 탐색 및 매칭 과정은 기업에게 노동시장 권력을 부여한다. 따라서 탐색실업은 제안된 임금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탐색실업의 이중적 성격을 고려하면, 탐색실업은 자발적이지 않다.
노동규율문제는 실업의 또다른 중요한 원인이다. 이로부터 야기되는 실업은 확실히 “비자발적”이다.
기업이 노동자가 업무에 노력을 기울일 유인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임금 수준을 설정한다면, 언제나 반드시 비자발적 실업(involuntary unemployment)이 발생한다.
비자발적 실업자가 된다는 것은 비슷한 자격 조건을 갖춘 다른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임금 수준에서 일할 용의가 있는데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6.17의 임금설정모형에서 일부 노동자들은 비자발적 실업자가 된다. 이 그림은 어학원과 유사한 기업의 비태만임금곡선 및 유보임금곡선을 보여준다. 이 기업에서도 노동이 유일한 비용이고 피고용인들이 1인당 y만큼의 수입을 창출하므로 등이윤곡선들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태만을 막기 위해 임금을 w1으로 책정하고 r1이하의 유보임금을 갖는 N1 노동자들에 대해서만 일자리를 제안한다. r1과 w1 범위 사이에 유보임금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들은 모두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 그들은 w1 임금 수준에서 일자리를 수락할 의향이 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실업상태로 머물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비자발적 실업상태에 놓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림 6.17 임금과 비자발적 실업
반대로 유보임금이 w1보다 더 높은 사람들도 실업 상태에 있다. 이들은 w1에서 다른 노동자들이 수용의사를 갖는 일자리를 수용할 의향이 없다. 따라서 앞서 정의에 따르면 이들은 비자발적 실업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강조되었듯이 그들의 유보임금이 제안임금보다 더 높기 때문에 그들을 자발적 실업자라고 부르는 것은 임금이 너무 낮게 제안되었을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경제적 조건이 변동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임금설정모형은 기업들이 선택할 임금 및 고용 수준을 보여준다. 경제적 조건의 변화가 있으면 비태만임금곡선을 이동시킬 수 있다.
비태만임금곡선 표현식
기업의 유보임금곡선은 잠재적 피고용인들을 오름차순으로 배열한 후 그들의 유보임금을 그린 것이다.
6.8절에서는 이러한 유보임금식을 어떻게 유도하는지를 설명했다.
노동자의 유보임금은 부분적으로는 실업상태일 때 그가 얻을 효용에 의존하고, 또 부분적으로는 다른 일자리를 찾게 되는 경우 그로부터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효용에 의존한다. 실업기간 동안 그는 실업급여(b)와 실업 상태에서 개인적 효용(a)를 얻게 되는데, 후자는 개인적 특성 및 가족 환경에 따라 노동자별로 상이하다. 만일 v가 다른 일자리로부터 얻게 될 평균 효용이라면 유보임금곡선식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w_r=\tau(b+a^N)+(1-\tau)v\]여기서 aN은 N번째 잠재적 노동자의 개인적 효용이다. 이 식에서 𝜏는 노동자가 v가 아니라 (b + aN) 부분에 부여하는 가중치이다. 취업을 시도하고 있는 실업노동자에게 𝜏는 계획기간에서 v를 얻게 되는 재취업 후 기간을 제외한 즉 계획기간 중 실업 상태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기간의 비율이다. 𝜏가 높으면 실업 기간 동안 얻게 될 효용이 더 중요해진다. 따라서 유보임금식에서 (b + aN) 부분에 더 큰 가중치가 부여된다.
비태만임금곡선 w는, 노력을 기울이는 데 드는 비용 c와 태만을 억제하기 위해 지불된 지대 때문에 유보임금곡선보다 위쪽에 위치한다.
\[w=w_r+c+\text{ rent}(s,c)\]지대는 태만이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주 수, s에 의존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 두 식을 결합하여 비태만임금곡선에 관한 식을 아래와 같이 쓸 수 있다.
\[w= \!\! \underbrace{\tau(b+a^N)+(1-\tau)v}_{\text{N번째 노동자의 유보임금} } \!\! +c+\text{rent}(s,c)\]이 식에는 기업의 비태만임금곡선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이 다 나타나 있다.
기업의 비태만임금곡선의 이동요인은 무엇인가?
- 새로운 감시 기술이 도입되어 태만을 적발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이 개선된다면 노동자의 태만을 알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 s가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태만을 억제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대가 낮아질 것이고 곡선은 아래로 이동하게 된다.
- 만일 피고용인들의 노동의욕이 저하된다면 작업에 태만하게 임하게 될 수 있다.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힘들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c가 높아지면 곡선을 위쪽 방향으로 이동시킨다.
- 예를 들어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경쟁기업들이 노동수요를 증대시킨다면, 이들 기업은 더 많은 노동자를 채용하고자 임금을 인상할 것이다. 이 경우 v가 상승할 것이다. v의 상승은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의 유보임금을 높일 것이고 따라서 비태만임금곡선은 상향 이동할 것이다.
비태만임금곡선 이동의 효과
그림 6.18은 언급한 이동 요인들 가운데 하나인 노력비용 c가 높아질 때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이 비태만임금곡선이 가능한 가장 높은 이윤을 나타내는 등이윤곡선과 만나는 E점에서 이윤극대화를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노동의욕이 저하되어 피고용인의 노력비용이 증대한다면 비태만임금곡선은 위로 이동한다. 고용주는 태만을 저지하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 6.18 노력비용 상승
새로운 이윤극대화점은 F이다. 임금은 더 상승하였으나, 노동이 더 비싸졌기 때문에 기업은 고용을 줄였다. 새로운 이윤극대화점에서의 이윤의 크기는 예전보다 작아졌다.
실업노동자와 관련한 경제전반의 조건이 변화하면 기업의 비태만임금곡선도 변한다. 예를 들어 실업급여(b)와 실업노동자가 구직에 소요되는 기간(\(\tau\))을 결정하는 실업률 등으로 인해 비태만임금곡선의 위치가 바뀐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모든 기업의 임금과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유보임금곡선과 비태만임금곡선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체를 모형화해야 한다.
경제 전체에 걸친 임금 및 고용
경제 전체수준의 모형을 만드는 데에도 한 기업을 대상으로 만든 모형을 활용할 수 있다. 경제 내 고정된 수의 기업들이 존재하며 이들이 모두 동일한 생산성과 동일한 채용 및 노동규율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 경우 모든 기업에서 노력비용과 고용지대는 동일할 것이다. 모든 기업은 동일한 비태만임금곡선에 직면할 것이고 동일한 임금 \(w\)과 동일한 고용 수준 \(N\)을 결정할 것이다. 실업노동자가 일자리를 발견할 때마다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순효용은 v =w–c가 될 것이다. 따라서 모든 기업의 임금은 비태만임금곡선에 v= w–c를 대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begin{align*} w& = \tau(b + a^N) + (1 - \tau)(w - c) +c +\text{rent}(s,c) \\ &⇒ \tau w = \tau(b + a^N + c) +\text{rent}(s,c) \\ &⇒ w = b + a^N +c + \frac{\text{rent}(s,c)}{\tau(u)} \\ \end{align*}\]이 식은 전체 경제가 균형상태인 경우 임금과 고용 사이의 관계를 보여 준다. N은 각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의 수이고 aN은 각 기업의 \(N\)번째 노동자(이 사람은 고용된 사람 중 가장 높은 유보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의 개인적 효용이다. 실업률이 높은 경우 일자리 발견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tau\)를 \(\tau\)(u)로 적었다.
임금과 고용이 어떻게 연관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현재 경제가 극심한 실업을 경험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렇다면,
- \(\tau\)(u)가 높아진다(새 일자리를 구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것이 임금식의 네 번째항, (지대/\(\tau\))의 크기를 작게 만들 것이다.
- 모든 기업에서 고용 N은 반드시 낮아진다. 따라서 N번째 노동자의 실업 효용 aN도 낮아진다.
이 두 효과 모두 균형임금을 낮춘다. 반대로 실업이 낮은 수준이라면 임금이 높아질 것이다. 경제 전체의 경우 이를 임금설정곡선 혹은 WS곡선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노동시장의 공급 측면을 대변한다. 거시경제학 1-4단원에서 전체 경제에 관한 모형을 완성하고 이를 토대로 실질임금, 실업,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완전고용은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 있다. 그림 6.17에서처럼 임금이 기업의 비태만임금곡선 상에서 설정될 경우 비자발적 실업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왜 완전고용은 불가능한가
경제 전반에 걸친 임금과 고용 사이의 관계에 따르면 실업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경제 내에 실업자가 없으려면 일자리를 잃게 되더라도 즉각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새 일자리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 \(\tau\)는 0이 될 것이다.
\(\tau\)가 0에 근접하게 되면 임금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생각해 보자. 네 번째항 (지대/\(\tau\))의 크기가 무한대로 커진다. 따라서 노동자의 태만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임금 수준은 생산성을 초과하게 된다. 그 어떤 기업도 그러한 임금을 제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실업이 없는 경제에서는 균형이 존재할 수 없다. 일자리를 상실하고 최소한 단기적으로나마 실업상태로 남아 있게 될 것이라는 위협이 노동규율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연습문제 6.10 “대규모 사직 사태”(The “Great Resignation”)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래 중국, 호주,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기존 일자리를 그만두었다. 아래 링크된 기사들을 바탕으로 아래 질문에 대해 답해 보자.
- 퓨 연구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21년 미국 노동자 조사(2021 Survey of US workers)
- 대규모 사직 사태에 대한 OCED 블로그 포스트
- <MIT 슬로언 경영리뷰>(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 실린 미국의 대규모 사직 사태 관련 통계(Statistics on the Great Resignation in the US)
- 노동자가 일자리를 떠난 주된 이유는 무엇이며 팬데믹은 여기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가?
- 기사에서 제시된 이유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림 6.18과 같은 그림을 활용하여 팬데믹이 어떻게 여러 곡선들과 시장균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그려 보자.
- 기업이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떠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제학자들은 사실로부터 무엇을 배우나 경제가 둔화될 때 노동자의 작업속도는 증대한다
에드워드 러지어(Edward Lazear, 미국의 전대통령 조지 W. 부시의 경제고문이었다) 연구팀은 고용지대에 의해 제공되는 유인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팀은 경영자와 노동자들이 격변하는 경제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기업 하나를 선정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이 기업은 보험금 청구 처리, 컴퓨터기반 평가, 기술 콜센터 등 기술기반서비스에 특화하고 있었고 미국내 12개주에서 영업했다. 러지어와 그의 동료들은 2006년에서 20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황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그들은 금융위기 기간 동안 실업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기업의 노동생산성이 극적으로 증대하였음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가능한 설명 중 하나는 가장 성과가 낮은 노동자들이 해고됨에 따라 평균생산성이 증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지어는 생산성 증대가 노동자들의 추가노력지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불황의 혹독함으로 인해 각 임금 수준에서의 노동자의 고용지대가 증대하였고 이에 따라 노동자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된 것이다.1
우리 모형에 따르면 고용주가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부여하기 위해 고용지대를 유지하면서도 임금을 삭감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임금은 삭감되지 않았다. 이전 불황의 사례들은 기업들이 경제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삭감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통찰을 제공한다. 경제학자 트루먼 뷸리(Truman Bewley)는 1990년대 불황기 동안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오직 소수의 기업들만이 임금을 삭감한 것을 두고 의문을 품었다. 러지어 팀이 연구한 기업의 경우처럼 당시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임금을 전혀 삭감하지 않았던 것이다.
뷸리는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300명이 넘는 고용주, 노동계 지도자, 비지니스 컨설턴트, 그리고 경력상담사들과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고용주가 그러한 조치를 취할 경우 노동자 근로 의욕이 저해되며 생산성하락이 초래되고 고용 및 인력유지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여 임금삭감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고용주들은 자신들에게 임금삭감으로 절약할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비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생각했다.2
연습문제 6.11 러지어의 연구결과
<경제학자들은 사실로부터 무엇을 배우나>에서 소개된 러지어 연구팀의 발견을 바탕으로 아래 질문에 답해 보자.
고용주가 임금을 조정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아래 각 시기에 대해 그림6.18과 같은 그림을 그려보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설명해 보자.
- 위기 이전 시기(2006)
- 위기가 진행되던 시기(2007-8)
- 위기 이후 시기(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