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단원 빌리는 사람, 빌려주는 사람 그리고 부의 격차
9.11 모형은 얼마나 유용한가?
개념 확인하기
좋은 모형이 되기 위한 조건들이 무엇인지 보다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2.8절을 참조하라.
2단원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좋은 모형은 우리가 답을 알고 싶은 문제들에서 중요한 것은 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제외한다.
이 단원에서는 부와 신용시장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로부터 출발해서 단원 진행에 따라 추가적인 정보들을 더했다.
-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여러 방식으로 대부와 차입을 한다.
- 파키스탄의 샴바와 뉴욕시 모두에서 제한된 부를 가진 사람들은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린다.
- 부유한 사람들과 덜 부유한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자산을 소유한다: 부유한 이들은 미국의 주식들과 기업들 대부분을 소유한 반면, 제한된 부를 가진 사람들이 소유한 주된 자산은 집과 차량뿐이다.
- 돈을 빌려야 할 필요가 큼에도 불구하고, 빈민들은 학자금 대출을 제외한 미국 경제 전체 부채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한다.
- 많은 미국인들 특히 저소득층은 빌릴 수 있는 액수에 제한이 있다.
이런 특징들이 미국 경제에서만 유별난 것은 아니다(학자금 대출이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마르코와 줄리아의 시점간 선택모형과 대부자와 차입자의 주인-대리인 모형 모두를 활용하면 이런 현상들에 대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다. 신용시장은 대부자와 차입자 모두의 복지가 개선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제한된 부를 가진 사람은 담보나 지분을 제공할 수 없고 따라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높은 이자율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제약이 없는 예외적인 경우가 주택을 구입할 때이다. 이 경우에는 제한된 부를 가진 사람도 흔히 큰 돈을 빌릴 수 있는데, 주택 자체가 담보가 되기 때문이다(이는 차량도 마찬가지이다). 집과 자동차가 인구의 최상위 4분위를 제외한 사람들이 가진 자산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모형들은 경제의 이런 중요한 현상들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다른 좋은 모형들과 마찬가지로, 이 모형들도 대부와 차입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포함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중요하지만 제외되었던 다음의 세 가지 사실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 우리는 조급하다는 데 있어 일관되지 않다.
- 차입과 대출의 유형들 중 일부는 상당히 복잡해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내린 선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험을 기피한다. 사람들은 동전을 던져서 $200을 받거나 $0을 받는 것보다 확실하게 $100 받기를 선호한다.
사람들은 일관되지 않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시작이야!”
시점간 선택모형은 우리가 조급하다는 사실을 고려하기는 하지만, 이를 매우 특정한 방식으로 다룬다. 여러분이 아주 좋아하는 것, 예를 들어 칼로리 높은 디저트까지 포함해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해보자. 시점간 선택모형에서는 그 음식을 내일 먹고 싶은 정도와 대비해서 지금 당장 먹고 싶은 정도로 측정된 조급함이 그 음식을 모레 먹고 싶은 정도와 대비해서 내일 먹고 싶은 정도로 측정된 조급함과 같다고 가정한다.
“현재”이라는 것이 특별한 지위를 가진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시점간 선택모형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시작이야!”라는 문제을 분석할 수 있도록 개선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저축하는지에 대해서도 보다 나은 예측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선택에서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내일로 미루는 것에 관한 이 절의 부제가 예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인이 됐을 때 저축되어 있기를 바라는 양만큼 실제 노년을 대비해서 정기적으로 저축하지 않는 사실도 비슷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현재 어떤 행동을 취할 때 “현재”는 내일이나 모래같은 여러 시점 중 하나가 아닌 특별한 심리적 지위를 가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시작이야!”라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그에 대응하는 조치들을 취하기도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과도한 미래가치 폄하(hyperbolic discounting)라는 기술적 용어로 부른다.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은 급여일이나 수확일에 돈을 모아서 당장 그 돈을 쓰지 않게 하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저축해두는 회전저축 및 신용조합(ROSCAs)을 활용하기도 한다.
운동을 더 하려는 사람들은 오늘부터는 아니더라도 더 자주 운동하라고 스스로를 단속하는 방법으로 헬스클럽의 10회권이나 한 달 회원권을 구매하곤 한다. 클럽들은 사람들이 이런 작심 기제를 활용한다는 점에 착안, 회원권 사는 것을 실제 클럽에 가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보다 더 용이하게 함으로서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이 모형의 두 번째 문제를 제기한다.
<바보들을 낚기>(Phishing for Phools)라는 책은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한(때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서 구매자들의 심리적 약점을 “악용”하도록 고안된 상품들을 보여준다. 초기비용은 낮지만 사용비용이 높은 프린터는 그 예들 중 하나다. 저자인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와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는 모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선택이 가져 올 결과들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
우리가 내리는 많은 결정들(예를 들어, 어떤 식료품을 사야 하는지)은 우리가 그 선택의 결과를 비교적 즉각적으로 경험한다는 점에서 단순하고(판매자들의 마케팅 전술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유사한 선택들을 반복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에 따라 구입 결정을 변화시키기가 용이하다. 하지만 일부 중요한 결정들은 즉각적인 피드백이나 오류를 수정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대학에서의 전공, 주택 구매는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결정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금융경제학자인 존 캠벨(John Campbell)은 “금융 무지”(financial ignorance)의 다섯 가지 양상을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그 다섯 가지 양상은 다음과 같다.
- 금융 개념. 복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는 현재 가치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등의 지식
- 계약 조건. 계약을 작성한 전문가들도 때로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당히 복잡한 계약의 내용
- 금융 역사. 여러 주식들과 기타 금융자산들이 과거에 어느정도의 성과를 올렸는지에 대한 정보
- 자신의 행동. 헬스클럽 6개월 회원권을 구매하고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 다른 행위자들의 전략적 행동. 소비자가 애초에 희망했던 것만큼 실제로 클럽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헬스클럽이 예상하는 것.
이로 인해 사람들은 나중에 후회할 결정을 하게 된다. 상당한 부를 가진 사람들은 이런 경우가 적은데, 이는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을 해주고, 금융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큰 돈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금융시장은 잘 작동하지 않으며, 부유하지 못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면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연습문제 9.14 금융이해력
FINRA 금융능력스터디는 짧은, 여섯 문항의 금융이해력 퀴즈를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여러분의 금융 지식을 측정할 수 있다. FINRA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퀴즈를 풀어 보자.
잘 마쳤다면, 퀴즈 마지막의 메뉴를 이용해 여러분이 얻은 점수와 미국 평균 점수를 비교해 보자.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 보다는 확실한 결과를 선호한다
줄리아와 마르코의 시점간 선택모형에서 다뤄지지 않은 우리의 행동 중 세 번째로 중요한 측면은 위험이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선택의 결과를 모르고, 또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학 전공이나 집을 사는 결정과 같이 현재 내린 결정의 결과가 몇 년 후에나 나타나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마르코와 줄리아는 위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모든 대출은 언제나 상환되고 투자는 확실하고 알려진 수익율을 얻는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 위험기피
- 위험기피자는 기대치가 같다면 위험한 결과보다 확실한 결과를 더 선호한다. 예를 들어 50:50의 가능성으로 $200을 얻거나 아무 것도 못 얻는 결과보다 $100을 확실히 얻는 결과를 더 선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한 내기보다는 확실한 결과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50대 50의 확률로 $200이나 $0을 받기 보다는 $100을 확실하게 받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특성을 위험기피라고 한다. 위험기피자는 기대치가 같다면 확실한 것을 선호한다. 둘 간의 선택에 무차별한 사람을 위험 중립적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이 더 또는 덜 위험기피적인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실증적으로 어떤 집단이 평균적으로 다른 집단보다 더 위험기피적인 경우가 있는데,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위험기피적인 것이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조급함처럼 위험기피 정도도 내재적인 이유로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득의 한계효용체감을 느끼는 사람은 $100가 충분하고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지는 것에 크게 상관하지 않을 수 있다. $200을 가지는 것을 $100을 가지는 것보다 크게 더 좋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동전을 던져서 $0이나 $200을 받는 것보다 $100을 확실히 받기를 선택할 것이다. 반대로 $200이 $100보다 실제로 두 배가 좋은(즉 한계효용체감이 없는) 사람은 위험중립적이고 따라서 동전던지기에 참여하려는 경향이 더 클 것이다.
개인적인 차이 뿐만 아니라 상황도 개인이 위험기피적으로 행동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위의 예에서 언급했던 액수가 일주일 동안 음식을 사기 위해 써야하는 돈이고 $100는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지출해야하는 최소한의 액수라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험기피적이 된다. 그들은 50대 50의 가능성으로 굶기보다는 $100을 확실히 받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이 예는 재산이 없는 사람들이 상당한 재산을 가졌을 때와 비교하면 더 위험기피적이라는 걸 의미한다. 이것이 위험기피의 상황적 원인이다. 신용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50대 50 선택의 결과로 $0을 받은 경우, 돈을 빌려서 음식을 살 수 있다)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기피적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제한된 부를 가진 사람들을 더 위험기피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그들은 신용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제한된 정보(또는 금융시장 무지)의 경우에서 본 바와 같이 위험기피도 제한된 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이러한 요인이 부의 불평등을 영구화할 수 있다.
확인문제 9.16 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다음 진술을 읽고 옳은 것을 모두 골라라.
- ‘오늘’ 기쁨이나 고통을 (내일이나 다음 주 같은) 미래의 어떤 시점보다 더 강하게 경험하는 것은 위험기피 성향과는 관련이 없다. 이는 우리가 ‘현재’를 (과도한 미래가치 폄하라고 알려진) 특별한 상태로 바라본다는 예시이다.
- 첫 번째 선택지의 기대값은 0.25 × $200 + 0.75 × $0 = $50이다. 두 번째 선택지의 기대값도 $50이다. 하지만 첫 번째 선택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위험기피적인 사람은 두 번째 선택지를 선호할 것이다.
- 계약 조건은 종종 매우 복잡하고 많은 종류의 거래에서 숨겨진 수수료를 흔히 볼 수 있다.
- 이 진술은 이 섹션의 논의를 기반으로 했을 때 사실이다.